매일신문

"소비 급감만 없었으면"…'AI 비상' 경북 양계농가 표정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북 익산에 이어 경기 평택에서 발생한 가운데 경북도내 양계농가들도 방역 강화에 비상이 걸렸다.

◆경북 최대 산란계 농장 소백양계단지 "죽은 조상이 돌아와도 출입은 안됩니다."

26일 경북 최대 산란계 농장인 소백양계단지가 들어서 있는 영주시 안정면 대평리. 양계단지와 300여m 떨어진 농장 입구엔 바리케이드와 '외부인 절대 출입금지' 간판이 늘어서 있고 농장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AI 방역 비상체계가 발동, 외부 사람과 차량은 일체 접근 불가였다. 농장 입구엔 차량·출입자 방역살균기가 설치돼 24시간 풀가동 중이었다.

기자도 예외는 아니였다. 농장 내부 촬영을 부탁하자 "안됩니다. 사무실 직원들도 출입 못하는데…. 지금 같은 시기엔 수의사가 찾아와도 달갑지가 않습니다. 여기 저기 농장 다 다니는데 어떻게 믿겠어요?"라며 단호히 거절했다.

장용호 양계단지 사장은 "산란계 90만 마리에 하루 3차례 방역작업을 해오다 비상체제에 들어가면서 하루 5차례로 늘렸다. 바이러스가 약해지는 내년 4월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계농장들의 진짜 어려움은 그러나 방역대책이 아니라 닭고기와 계란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

장 사장은 "발병이나 감염된 닭고기와 계란은 폐기처분하기 때문에 절대로 시중 유통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3년에는 특정지역에서 발병한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처럼 언론에서 무책임하게 보도해 사육농가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전국 육계 생산 1위 상주지역 "방역으로 청정지역 지킬 터"

795농가가 262만 3천여 마리, 이중 70농가가 240만여 마리 육계를 생산해 육계 생산 전국 1위인 상주의 축산농가와 당국은 모임을 갖고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상주지역 양계협회 회원들은 지난 25일 철새 도래지인 구미 해평습지와 인접해 있는 상주 낙동면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가축과 사람에 대한 방역, 차량출입 통제, 축사 주변 청결 유지, 의심 가금류 발견시 신속 신고 등 자체 대책을 마련했다.

이성희(상주 청리 부성농장 경영) 상주시 양계농협의회장은 "조류독감은 철새에 의해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철새도래지 주변과의 차단이 중요하다."며 "구미 해평습지의 접근 금지와 이 곳에서 날아오는 철새를 차단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주에 있는 국내 육계 가공업계 2위업체인 (주)올품도 45대의 닭·병아리 수송차량을 비롯해 공장으로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들의 소독작업을 펴고 있다. 올품 관계자는 "3년 전 조류독감 발생으로 생산량이 30% 이상 떨어져 경영난을 겪었으나 지금은 농가들의 사양관리 철저로 청정지역이 됐다."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상주시도 '24시간 조류독감 특별방역대책 상황실'을 꾸리고 소독약품 220kg을 확보하는 한편 141명으로 49개 공동방제단을 구성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3년 전 15억 피해봤던 경주 "전쟁 다시 시작"

"한 달 전쯤부터 계란값이 올라 좋아했는데 AI로 타격을 보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2003년 12월 AI로 닭 21만 5천여 마리를 도살처분해 15억 원의 피해를 입었던 경주지역 양계농가들은 바짝 긴장한 가운데 자체 방역 강화에 들어갔다.

한 양계마을은 양계장 입구에서부터 외부인들 출입을 제한했다. 언론의 관심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어떻게 방역하니 하는 보도만으로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양계농장의 주인(48)은 "또 '전쟁'이 닥쳤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한 달 전에 겨우 달걀가격 85원대 이상을 받으면서 하루에 30개들이 430여 판을 출하했는데 이번 파동으로 벌써부터 300여 판만 출하되고 나머지는 재고로 쌓이고 있다."고 걱정했다.

350가구가 240만 마리의 닭을 사육하고 있는 경주에선 축산직 공무원 등 32명으로 예찰요원을 편성, 전화와 직접방문을 병행하며 양계장 상황을 살피고 있다. 경주·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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