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되면 대구 북구 관음동 칠곡 나들목 부근 도로는 대형 차량 주차장과 다름없다. 1.5km가 넘는 도로 양옆으로 덤프 트럭 등이 수도 없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수성구 신매동 아파트 단지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형 화물차 및 버스 등이 아파트 사이 도로 양쪽 가차로를 점령하고 있다.
이렇게 대로변, 주택가 도로 등을 가리지 않는 대형 화물차의 밤샘 불법 주차로 차량 통행 방해에 따른 사고 위험은 물론 범죄의 표적도 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대형 화물차 주차 규정 탓에 이들 차량의 불법 주차를 막을 뾰족한 방법도 없는 형편이다.
실제로 지난 17일 도로변에 주차된 화물차량의 예비타이어 97개(1천900만 원 상당)를 훔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형 화물차들이 인적이 드문 곳에 집중 주차돼 있다는 점을 악용해 한 달여 동안 17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른 것. 지난 7월에도 달서구 감삼동 달구벌 대로변에 불법 주차돼 있던 관광버스 등 8대 대형 차량의 기름이 몽땅 털리기도 했다. 범인들은 탱크로리까지 동원, 기름을 빼내 달아났다.
사정이 이런 데도 불합리한 대형 화물차의 주차규정 때문에 불법 주차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5t 이상 일반화물차의 경우 차고지 신고가 영업 등록의 필수조건이지만 광역시의 경우 인접 시·도 어느 곳이나 차고지를 등록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임대료가 싼 시 외곽지나 경북지역에 차고지를 만들어 등록하고 있는 것. 반면 운전 기사들은 주거지와 차고지 사이를 오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 과태료를 부담하면서까지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있다.
대형 화물차 운전자 박모(45) 씨는 "차고지는 경북 청도고 집은 대구 달서구인데 어느 세월에 청도를 오가며 주차하겠느냐."며 "청도와 달서구를 오가는 시간, 비용 등을 생각하면 단속 위험을 무릅쓰고 집 주변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달서구청이 올 들어 4t 이상 화물차를 대상으로 단속한 불법 주차 건수는 2천214대로 과태료(건당 5만 원) 수익만 1억1천70만 원을 거둬들였다. 달서구 등록 5t 이상 화물차량이 2천600여 대임을 감안하면 거의 모든 화물차량이 단속을 당한 셈이다.
화물차량업체 관계자도 "대구시내에 주차전용으로 싸게 임대할 수 있는 땅이 어디 있느냐."며 "업체는 달성군이나 경북지역 등 임대료가 싼 곳을 차고지로 신고할 수밖에 없고 운전자는 자신의 집과 가까운 곳에 주차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단속 말고는 불법주차를 없앨 방법이 없다."며 "화물차량 등록 수가 많아 내년 말까지 신규 등록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엔 지난해 말 현재 226개 업체, 8천395대의 일반화물차량이 등록돼 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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