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6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 대통령, 국무총리,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들이 참여하는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발표했으나 정치권의 반응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환영과 수용의사를 밝힌 반면 한나라당은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제 2의 대연정이자 밀거래 정치협상에 불과하다는 반응과 함께 이를 강력 비판했다.
◆왜 제안했나?=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치협상회의 제안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로스쿨 법안, 국방개혁안 등 국회에서 1년 이상 지체되는 민생법안과 국가 개혁입법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고 ▷내년도 예산안의 원만한 처리와 ▷향후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여야 교섭단체의 의견을 수렴, 협상을 통한 대안마련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라 했다. 이 실장은 또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문제와 ▷거국중립 내각 구성 문제를 포함, 남은 임기 중 국정 운영 기조나 방식에 대해서도 협상을 통해 합의하고자 하는 것이 노 대통령의 뜻이라 밝혔다. 합의되면 최선이고 공통점이 모아지면 대통령이 수용하고, 이견이 있으면 협상을 통해서 해소하면 국정운영이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치협상회의는 몇가지 점에서 지난 해 한나라당에 제안한 '대연정'과 비슷하다. 여야가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개입해 빅딜, 일괄 타결하겠다는 인식이 그렇고, 성사 여부가 한나라당의 선택에 달렸다는 점이 또 그렇다.
◆또 다른 제안은?=국회에서 '거국 중립내각' 구성에 대한 요구가 일자 청와대는 이달초 국회가 정상화되고 여야가 합의해 건의해올 경우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거국 중립 내각 협의와 정치협상회의의 취지는 교착상태에 빠진 국정을 정상화하자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청와대는 '건의' 대신 '제안'을 선택함으로써 한 발 물러선 측면이 있다.
때문에 대연정과 거국 중립내각에 이어 정치협상 회의까지 한나라당이 거부함에 따라 노 대통령이 또 다른 제안을 할 가능성도 정치권에서 제기된다. 청와대가 한껏 자존심을 꺾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거부로 또 한번 청와대의 체면이 구겨질 것이 뻔한데 이러한 위험부담을 안고 '제안'을 강행한 사실에서 노 대통령이 여러 '수'를 준비해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있다.
한편 이번 제안으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청와대가 스스로 철회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열린우리당이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에서 급선회한 것도 청와대의 뜻과 무관하지 않고, 당청이 강행에 따른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열린우리당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정치권 반응은?=정치권 반응은 엇갈린다. 노 대통령의 제안을 순수하게 바라보지 않고 임기말 통치권 누수현상(레임덕)을 방지하자는 것이 일차적 목표이고, 정국 주도권을 잡는 등 의 다른 속셈이 있다고 보는 것 같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27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정치 근본은 대화이고 이를 외면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게 아니다."며"이번에도 거부하면 정치적 계산으로 국민을 외면한 정당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정치협상회의) 제의는 국정운영이 어려운 국면에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한나라당은 국가적 위기상황의 극복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상 테이블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에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대통령이 할 일을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면 국정의 물꼬가 트인다."며"지금까지 대통령은 코드인사·전시작전통제권환수·PSI 참여 등의 문제에서 야당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전여옥 최고위원은"다른 야당을 제외하고 한나라당만을 상대하겠다는 것은 야당 분열 의도이고 정치적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기류는 당론으로 반대하는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동의안 및 정연주 KBS 사장임명 백지화요구가 수용되지 않은 상황에서는'협상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당내 대권주자들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손학규 전 경기지사 측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재왕기자 박상전기자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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