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암칼럼] '탁구당'의 운하 시비

탁구 점수는 상대방이 실수 많이 해주면 내 점수가 저절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지금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13% 안팎을 헤매고, 한나라당이 38~45%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전부 한나라당이 스매싱, 드라이브서브 잘 넣어서 올라온 인기고 혼자 실력으로 따낸 점수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이 볼 때는 우리당이 노무현 대표선수와 복식조들이 날만 새면 민심 잃고 점수 깎일 짓만 하니까 한나라 선수가 뒷짐 지고 있어도 우리당 저 혼자 네트에 걸리고 공중볼 넘기며 점수 까먹어 얻은 점수다. 한마디로 자다가 얻어먹은 떡이다.

만약 우리당 선수들이 최소한 서브라도 제대로 넣는 수준의 실력만 돼도 한나라당 점수가 38%, 45% 올라갈 턱이 없다.

결국 한나라 지지도 올려준 일등공신은 失政(실정) 연발하는 우리당이고, 입만 열면 민심 잃고 점수 까먹는 노무현 대표선수다. 그래서 현재 한나라당 이미지는 한마디로 상대선수 실수 덕에 버티는 '탁구黨(당)'같다. '탁구당'의 다음 희망과 운명은 앞으로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세 사람 중 누가 이기고 지느냐에 따라 좌파정권을 깰 수 있나 없나가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어떤 모양새로 싸우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 지금 민심 속에 떠도는 여러 시나리오 중 우리당이 고개 빼들고 침만 삼키며 고대하는 세 가지 상황이 있다.

첫째, 세 사람 중 경선 불복자가 나와 주는 것. 둘째, 경선 직전 경선방식 등에 문제 있다는 등 구실을 찾아 피해자인 양 동정심 유발한 뒤 떨어져 나와 제2의 이인제가 돼주는 것. 셋째, 경선과정서 가급적 서로의 공약'비전을 비방하고 헐뜯고 깎아내리는 것. 두 가지는 그때 가봐야 알겠고 세 번째 상황은 지금 벌써 나타나고 있다. 우선 이슈가 되고 있는 運河(운하)만 두고 보자. 한 사람이 운하를 "건설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건설만 갖고 먹고 사는 시대가 아니고 문화콘텐츠가 중요하다"며 막고 나섰다. 또 한 사람은 "건설계획일 뿐 정책이나 국정방안이 아니다"고 재를 뿌렸다.

군말과 사족을 달아 칭찬 대신 문제 있다고 우회적으로 폄하한다.

결국 "한나라 대선주자들 공약비전은 다 엉터리고 문제투성이의 신기루 공약인 모양이다"는 부정적 이미지만 남긴다. 표가 모일 리 없다.

하기야 한강운하는 조선왕조 때도 거론이 됐다. 태종 13년(1413) 7월 20일 의정부 좌정승 하윤이 군인 1만 명과 군기감 특별군 600명 등을 동원, 저수지와 운하를 파 한강 배가 숭례문 앞까지 오가게 하자고 주청했다. 태종이 '우리나라 땅은 모래와 돌이기 때문에 물이 오래 머물지 않아 중국의 운하를 본뜰 수 있겠느냐'며 다음날 경회루에서 의견을 물었다.

여러 신하가 옳다고 했으나 의정부 찬성사 유양은 백성을 괴롭힌다고 반대했고 지의정 부사 박자청은 조선땅은 무논이니 반드시 새지는 않을 것이며 땅 파는 데 1만 명이 한 달만 하면 되니 시험해 보소서 라고 재반론을 폈다.

태종은 결국 인력동원 문제를 들어 포기했다. 大役事(대역사)에는 찬반과 명암이 따른다. 히틀러도 '라인강을 검게 물들여라'며 直江(직강) 공사로 전쟁물자 물류속도를 높였다가 홍수를 유발, 훗날 인공섬을 다시 보완했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의 운하 논란도 과학적'환경적 진단이 필요한 프로젝트지만 경선시점에서부터 나쁘다, 좋다는 동지끼리의 입씨름은 자해행위다.

앞으로 나올 박 후보나 손 후보의 비전과 공약도 마찬가지로 존중하고 치켜주고 인정해주는 자세와 분위기로 가야 한다.

티격대다 대선을 망치고 나면 네 공약 내 공약 할 것 없이 삽질 한 번 해보지도 못하고 다 끝난다.

'탁구당'이 자책점으로 지는 거야 자업자득이지만 좌파에 대권 넘겨 또 한 4년 국민이 고달파지게 만드는 건 큰 죄를 짓는 일이기에 드리는 충고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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