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버 스토리)"자녀에 대한 기대치부터 줄여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생활에 대해 많은 환상을 가지고 결혼을 했다가 실제 생활이 그와 같지 않다는 것에 실망을 느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녀를 양육하면서 이상적 아이(Ideal baby)와 이상적 부모(Ideal Parent)과 되기를 바라지만 이는 이상일 뿐이라는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는 것을 거듭 경험하면서도 자녀에 대한 환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완벽한 아이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가 잘 되기를 바란다는 미명하에 이런 저런 조건을 달아서 자녀들이 그 조건을 흡족하게 채워줄 때 인정하고 받아주는 '조건적 사랑'을 하고 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갈등을 느끼고 있는 자녀들은 "부모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으며, 아무리 애를 써도 기대치가 너무 높아 늘 부족한 자신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완벽한 자녀이기를 바라는 눈으로 자녀의 행동을 보면 언제나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한다. 결국 부모는 실망감으로 인해 자녀에게 비난과 불평을 하게 된다. 이는 자녀에게 무능감과 좌절감을 주고 자신감을 잃게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진정 자녀가 완벽하기를 바란다면 먼저 자녀에 대한 기대치를 줄여야 한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 기대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는 것은 가능하리라 여겨진다.

부모의 기대가 클수록 자녀들에게는 그만큼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어 그것이 오히려 자녀의 성장과 발달에 장애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이 되어 갈수록 지금까지와 다른 모습으로 공격적이 되거나 이유없는 반항아가 되어 가는데, 이 때 부모가 말 잘 듣는 아이, 말썽부리지 않는 아이, 고분고분한 아이와 같은 완벽한 아이(Perfect child)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자녀를 본다면 더 큰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완벽한 자녀상의 틀을 깰 때 비로소 자녀를 자녀대로 볼 수 있고, 그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를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부모로부터 이러한 사랑을 받을 때 자녀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여 진정한 의미의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김 정 희(교육학 박사·한국발달상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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