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커버 스토리)"자녀와 대화, 공식과 기술이 있죠"

"자녀와의 대화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추석호 상인고 교장은 상담심리 전문가다. 1997년과 2001년 한국상담심리학회와 한국상담학회에서 주는 상담 관련 자격증을 2개나 땄다. 그중 하나는 '수련감독 전문상담사'로 상담 분야에서는 고도의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추 교장은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운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면서 직접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자녀교육 강연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동변중 재직시에 학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2년간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은 그에게 큰 자신감을 줬다.

"학교와 가정은 불가분의 관계라는 것을 실감했지요.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학생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부모님의 역할은 당연히 더 크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추 교장은 '자녀와의 대화기술'이라는 강의로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공감 나타내기',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기', 'Do언어와 Be언어' 등 상담심리학에서 배운 원리들을 '실전'에 응용한 것들이다. 말 그대로 대화에도 '기술'과 '공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그는 강연중에 꼭 학부모들에게 실습을 시킨다고 했다.)

#사례1. (자녀)'엄마, 나가세요. 노크도 없이 막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 (부모1)'엄마가 자식 방에도 맘대로 못 들어오냐. 조그만게 무슨 비밀이 있다고' (부모2)'그래 너도 이젠 컸으니 너만의 세계를 갖고 싶은 모양이네'.

추 교장은 자녀가 어떤 행동을 보일 때 '~하기 때문에(이유 또는 원인) ~하다(느낌)'는 '공감 공식'을 활용할 것을 권했다. 아이가 숙제를 안 해 가서 꾸중을 들었다면 '내 그럴 줄 알았지.'하는 추상적인 비난보다 '숙제 안 했다고 선생님께 꾸중을 들어서 네가 기분이 몹시 상했구나.' 하는 식으로 공감을 먼저 나타내보라는 것이다.

#사례2. (자녀)'엄마 또 지각했어.' → (부모1)'너 자주 지각하는구나' (부모2)'넌 왜 이렇게 게으르냐. 왜 그 모양이냐'.

자녀가 잘못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잘못을 지적할 때는 1번처럼 잘못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해 줘야 아이도 잘못을 뉘우칠 수 있다. 2번과 같은 반응은 오히려 반발심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추 교장은 학부모들이 집으로 돌아가 이런 실습을 해보면 꼭 해 보기를 권한다고 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실천해보면 당장 자녀부터 달라진 엄마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를 많이 듭니다. 가령 아이가 성적이 떨어졌다고 합시다. 그러면 '내가 그래 공부하라고 안 하더냐'고 호통치는 부모님들이 많으세요. 이럴 때 '네가 성적이 떨어져서 마음이 많이 상했구나'고 따뜻하게 먼저 말해준다면 아이가 부모에 대해 얼마나 큰 신뢰와 용기를 얻게 될 지 자명하지 않습니까."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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