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춘기야. 멀쩡한 이름 놔두고."
"니가 그러니까 춘기지. 사춘기. 내가 자랄 때는 어른들 말도 잘 듣고 진짜 열심히 공부만 한 것 같은데."
얼핏 봐도 누가 이야기를 나누는지 짐작이 갈 법한 내용이다. 초등학교 6학년생 딸과 사춘기 아이를 처음 키우는 엄마 사이에 벌어지는 신경전. 승부는 나지 않는다. 평행선을 달릴 뿐.
언제나 어리기만 해 보이던 아이가 "내 나이 올해 열세 살, 먹을 만큼 먹었지 않느냐."고 달려들 때 과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귀를 뚫고, 커플링을 자랑하며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남자친구가 늦게 생긴 편"이라는 딸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청소녀 백과사전'은 당당하게 자신이 청소녀가 됐음을 주장하는 사춘기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 7편을 담은 책이다. 친구와 함께 머리를 염색하고, 귀를 뚫고, 젓가락 데이에 남자 친구에게 과자를 선물하고…. 그런 가운데 부모와 갈등을 겪고, 친구와 감정이 어긋나기도 하고….
쉰세대들이 보면 '요즘 애들 너무 하네' 싶을 정도지만 현실과 너무나 닮아 있다. 스스로도 겪은 사춘기지만 자녀의 사춘기 앞에서는 보수적이 되고 마는 부모들의 모습도 생생하다. 어른들이 보면 튀는 듯하지만 자신들끼리는 그다지 별날 것도 없는 아이들의 일상도 솔직하게 그려졌다.
사춘기는 이처럼 부모에게든 아이에게든 곱게 넘어가기 힘든 시기다. 하지만 그만큼의 생기가 있어 모두의 성장통으로 받아들이면 되리란 희망을 담았다는 게 이 책이 주는 미덕이다. 부모들이라면 다 읽은 뒤 미소와 함께 책을 덮으며 '그래, 내일은 아이에게 이렇게 해 봐야지.' 하는 각오가 생길 것 같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와 친구들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며 한 단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듯도 하다.
세월이 아무리 달라져도 어른이 되기 전, 사춘기가 주는 떨림과 고통은 변함이 없으리라. 그 속에서 백과사전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평생보다 더 깊이 생각하는 성장도 따를 테니까.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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