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가을도 점점 깊어가는구나.
오늘은 생각이 깊어 왕비가 된 처녀의 이야기를 들려주마.
옛날 어느 나라에서 왕비를 뽑기 위해 전국에서 지혜로운 처녀들을 불러모았단다. 여러 가지 시험을 거쳐 마침내 세 처녀가 남게 되었지.
"자, 여기에 자기 아버님의 함자를 새기도록 하시오."
시험관이 처녀 셋에게 방석 거죽과 바늘을 주며 말했지.
처녀들은 바늘에 색실을 꿰어 방석 거죽에다 아버지 성함을 정성껏 새겼단다.
'아버지 함자를 모르고서야 어찌 왕비가 될 수 있으리.'
'아버지 함자도 중요하지만 수를 잘 놓는 지 그걸 보려고 이 문제를 내었을 거야.'
처녀들은 각각 이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수를 놓았단다.
이윽고 수놓기가 끝나자 시험관은 방석 속을 내어 주면서 말했지.
"속을 잘 채워 넣어 편안한 방석을 만드시오."
그러자 처녀들은 다시 이렇게들 생각하면서 바느질을 하였지.
'바느질이라면 내가 자신 있지. 이럴 줄 알고 부지런히 연습을 했거든.'
그런데 한 처녀는 속으로 투덜거렸단다.
'왕비가 될 사람이 이런 바느질도 해야 하나?'
방석 만들기가 끝나자 이번에는 임금 앞에 직접 나가서 구두 시험을 보게 되었어.
임금 앞에는 방석 세 개가 놓여있었지. 세 처녀는 각각 자신이 만든 방석에 앉게 되었단다.
그런데 두 처녀는 자신이 만든 방석에 앉았는데 마지막 한 처녀는 방석을 밀어놓고 그 바로 뒤에 앉았지.
두 처녀는 자기 아버지의 함자를 알아보는 시험인 줄 알고 자랑스럽게 방석을 찾아 얼른 앉은 것이지. 그런데 마지막 처녀는 자기 앞에 고이 모신 것이야.
그래서 임금이 물었지.
"그대는 어이하여 앉으라는 방석에 앉지 않는 것이오?"
"네, 방석에 아비 함자를 새기게 한 것은 여러 가지 의도가 있겠으나 그 중에 하나는 누구의 딸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로 앞에 아비 함자가 새겨진 방석을 모셨으니 제 아비가 누구인지를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방석이라고는 하지만 아비의 함자가 새겨진 물건 위에 어찌 자식이 함부로 올라앉을 수 있겠습니까?"
"으음, 그렇구료."
처녀의 대답에 임금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단다.
얘야, 이 왕비 뽑기에서 누가 왕비로 뽑혔을 것 같니?
그래, 이와 같이 사람은 생각이 깊어야 한단다.
옛말에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고 하였지. 석 삼(三), 생각 사(思), 하나 일(一), 말씀 언(言)……. 곧 많이 생각하되 말은 적게 하라는 것이지. 그래서 조물주는 사람에게 잘 보라고 눈도 두 개, 귀도 두 개 주었지만 먹고 말하는 등 중요한 일을 하는 입은 하나만 주었단다.
얘야, 너도 이 가을에 책을 많이 읽고 깊이 생각하는 생활을 하여라.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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