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헬로우 경제] 은행은 내 친구

한국 청소년들의 저축 습관이 홍콩이나 대만보다 부족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청소년들은 56%가 '매주 저축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반면 홍콩이나 대만의 청소년들은 80%가 '매주 저축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한국 청소년들의 절반 이상이 계획을 세워서 저축하는 것 자체를 거북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저축을 위한 저축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성세대들이 단지 저축의 중요성만 강조할 뿐 왜 저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은행을 제대로 활용하는 시점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늦다는 것은 큰 문제다.

우선은 은행들이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은행을 좀 더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지역 은행들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적극적이다.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커머스 뱅크'의 경우 지역의 정서에 부합하는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소년들을 비롯해 누구나 쉽고 편하게 이용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왜 저축을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은행을 드나들면서 친숙도를 높여 스스로 저축이나 기탁 금융에 대한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이제는 은행에 놀러갈 수 있도록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은행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이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은행의 업무가 무척이나 다양해서 우리가 사용하기에 따라 편리한 것이 굉장히 많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반드시 돈이 없어도 은행에 갈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줘야 하는 것이다.

저축할 돈이 없다고 하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용돈을 아껴 목돈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는 경우는 흔히 있다. 유행하는 전자제품이나 가족, 친구의 생일 선물, 입학이나 졸업 선물 등을 사야 할 때 무작정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려면 저축이 필요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럴 때 돈의 흐름을 배울 수 있도록 해 주자. 기억을 더듬어 지난 1년 동안 자신에게 용돈이 생긴 경로는 어떠하고, 그 돈은 어떻게 쓰였는지 정리하게 해 본다. 이를 통해 자신의 소비 습관이 어떤지 자연스레 파악할 수 있고, 은행을 이용할 필요가 있는지, 이용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궁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은행에서 어떤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지 가족이 함께 조사해보는 것만 해도 훌륭한 공부가 된다. 그리고 가족 개개인에 맞는 상품으로 어떤 것이 있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면 득이 될 지 따지게 해 보자. 어릴 때부터 은행은 부담스러운 곳이 아니라 친구처럼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준혁(K비전스쿨 이사)

# 아이들에게 은행을 친숙하게 만드는 방법

1. 은행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오기=조사하기 전의 사전 지식을 미리 적어놓고 조사 후에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에 대해서 조사하기=은행에서 판매하는 각종 상품에 대해서 조사한 것을 가지고 가족이 함께 애기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상품이 무엇인지 의논한다.

3. 은행에서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기=요즘 은행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몰라서 이용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기회를 이용해서 가족이 함께 알아보는 것이다.

4. 시중은행과 지역은행 그리고 외국계 은행 비교하기=이렇게 다양한 은행들을 비교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의 사고능력을 키울 수 있고, 이렇게 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은행이 결정되면 계속해서 이용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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