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생 자녀교육기] 컴퓨터 영재로 키우다②

승우가 5학년 때 경북대학교 영재센터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처음 모집했습니다. 과학으로 들어가서 1년 동안 마음껏 연구하며 지적 호기심을 채웠습니다. 중학교에 가서 다시 물리 파트로 들어갔습니다. 정보는 더 이상 할 것도 없었지만, 정보를 하는 데 물리적 사고가 많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예능은 일곱 살 때부터 피아노를 후배에게 배우도록 하였는데, 바이엘의 끝없는 반복에 질려 했습니다. 소곡집을 칠 때는 예를 들자면 "장조와 단조를 칠 때 선생님 단조는 왠지 슬퍼요."하고 느낌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미술 또한 독특한 상상력이 담긴 그림이 나오곤 했습니다.

승우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하는 것보다 원리를 풀어 스스로 게임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전국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작품은 지금까지도 교육청의 교육 자료로 쓰인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 분야에 빠지면 주변 아이들이 비웃는지도 모르고 집착해 정말 어른들 말씀처럼 제 밥그릇이나 찾아 먹으려나 걱정되는 아이였습니다. 다행히 초등학교 때 전교 부회장을 할 기회가 있어 책임감 있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중학교 2학년 때 영재학교에 지원해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영재학교에 입학한 뒤 아이는 비로소 날개를 단 듯하였습니다. 1학년 때 학교신문사에 들어가 편집장이 되어 영자신문을 만들고 뿌듯해 하였으며, 학교 전산망을 구축하기도 하고, 2학년 때는 전체 학생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영재학교에서 아마 승우는 공부 이상의 많은 것을 채웠으리라 믿습니다.

승우를 키우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주변에서는 제가 아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부분을 빨리 찾아주었다고 합니다. 만약 초등학교 1학년 때 승우에게 컴퓨터와 영어라는 탈출구가 없었다면 아이는 영락없이 문제아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영재아와 문제아는 종이 한 장 차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찍 올림피아드에 나간 덕에 자신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느끼면서 겸손해지고 시야가 넓어진 걸로 보였습니다.

둘째, 가장 기본적이며 우선적인 것은 독서였던 듯합니다. 아이는 지금까지도 서점에 가서 책을 골라 읽는 것을 가장 행복한 즐거움이라고 합니다. 엄청난 독서량 덕분에 풍부한 지식에다 글쓰기 실력이라는 덤이 보태진 것 같습니다.

셋째, 제가 주위에서 본 영재 학생의 학부모들은 한결같이 적극적이며 부지런하고 긍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긍정적이고 부지런한 부모님들이 아이를 지혜롭게 키우시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영재학교 1학년 때 한 신문사에서 인터뷰하던 중 자신들은 국가에 많은 혜택을 받았으니 지나가는 거지에게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아이의 말을 들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더없이 대견하고 고마운 말이었습니다. 국가의 도움으로 이상적이고 꿈같은 고교 생활을 보낸 우리 승우는 이제 자신만의 또 다른 시작을 위해 나아가고 있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 이 글을 쓴 이유혜 씨의 아들 추승우 군은 대구 중리중학교 2학년 때 한국과학영재학교에 합격해 1기로 입학했습니다. 올해 2월 고교 과정을 마치고 현재 성균관대학교 반도체학과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기 원고를 기다립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 어려웠던 부분,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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