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환銀 계약 파기는 국민銀의 미필적 고의(?)

국내銀으로서 검찰 수사 및 여론에 무게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이 깨진 지 1주일 가량의 시간이 흐르면서 론스타의 계약 파기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던 국민은행의 속마음으로 시선이 옮겨지고 있다.

외견상으로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 파기는 론스타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보이지만 결국 이는 계약 상대방인 국민은행이 이끌어낸 것이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론스타의 계약 파기를 미리 알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론스타가 지난 주말 국민은행에 외환은행 재매각 계약 파기를 통보한 이유로 가장 유력하게 제기되는 설은 다음달 발표된 검찰 수사 결과를 예단해본 결과 국민은행이 계약을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검찰이 외환은행 재매각 과정의 가늠자가 될 수 있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할 것이 확실시되며 이 경우 국민은행과의 계약도 무기한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사실 국민은행은 론스타와 협상 과정에서 외부의 오해를 받을 만큼 '만만디' 전법을 구사했다.

9월 중순 본계약 만료를 앞두고 론스타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우리도 파기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놨으며 론스타가 대금 입금이 지연되는 만큼의 보상을 요구하자 '그럴 수 없다'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매각 관련 실무라인들은 협상 기간에 일상적인 일정을 차분하게 수행했으며 추석 등 연휴기간과 휴가도 꼬박꼬박 챙겼다.

이 같은 전략의 이면에는 국내 정황에서 계약 상대방인 론스타의 위치가 숨어있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의 론스타는 불법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한 혐의자였지만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이 나오면서 국내 여론도 급속히 악화됐다.

론스타와 협상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먹튀'를 돕는다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국내 '리딩뱅크'이자 수익의 거의 전부가 국내에서 발생하는 은행으로서 곳간을 열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국민은행이 일방적으로 계약 파기를 통보받은 것이 아니라 그동안 '파기해도 좋다'는 식의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으며 론스타가 이 같은 국민은행의 의지를 반영해 파기를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론스타가 계약 파기를 사전에 통보했더라도 국민은행은 '아쉽지만 할 수 없다'는 식의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론스타의 결정에 최소한 미필적 고의 이상으로 관여한 셈"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 정치권 동향, 국내 여론 등까지 감안할 경우 애초부터 국민은행이 움직일 여지가 매우 적었다"며 "국민은행이 이를 무시하고 대금을 입금하는 베팅에 나섰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아 계약 파기보다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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