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흔들리는 리더쉽

정치권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영(令)이 제대로 서지않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의 경우 부동산 대책이나 이라크 자이툰 부대의 철군문제 등 정책 현안들과 관련, 당내 의견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도 않은 상황에서 개혁파와 실용파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경쟁하듯 당론으로 몰아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기간당원제 폐지가 당론으로 확정됐음에도 정계개편 논리에 휩쓸리면서 통합신당파와 재창당파 간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당·청간 사전조율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음에도, 청와대는 보란듯이 여·야·정 정치협상회의 제의를 앞두고 자신을 따돌렸다.

게다가 여론조사에 따르면 당 지지율도 한자리수로 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당으로서는 역대 최저치라고 하고 급기야 이 모든 문제들을 당 지도부 책임론으로 몰아가려는 목소리까지 들린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또 어떤가. 민주화 운동경력이 있는 현직 목사를 최근 당 윤리위 위원장으로 영입, 당의 면모 일신을 꾀하고 있으나 초반부터 꼬이고 있다. 김용갑 의원이 무소속후보를 지원했다는 등 이유로 자신을 징계하려는 인명진 윤리위원장에 대해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 게다가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표 쪽이고 인 위원장은 이명박 전 시장 쪽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강 대표가 김 의원을 대신, 사회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한 갈등을 봉합해 나가겠다는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자신이 의욕을 갖고 영입한 윤리위원장의 첫 결정에 대해 당소속 의원이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 처한 심정은 편치 않을 것이다. 대선 주자들간의 경쟁이 심화되면 이 같은 일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고, 그럴때마다 리더십은 상처받기 십상이다.

강 대표는 소속 의원들과 사무처 당직자 등에게 대선 주자 측 줄서기를 자제할 것도 거듭 촉구하고 있지만, 힘이 그다지 실리지 않고 있다. 여야 지도부는 지금, 그 어느때보다도 외로운 신세에 처해 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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