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문화재 도둑

고려 불화 '水月觀音圖(수월관음도)'가 지난 1991년 10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76만 달러에 낙찰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국제미술시장에서 거래된 우리나라 고미술품으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고려 불화의 정수로 여겨졌던 이 문화재가 그때까지 국내에선 단 한 점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 도난당한 문화재였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이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는지 모른다.

○…최근에는 일본의 전설적인 '도굴왕' 가루베 지온(1897~1970)이 훔쳐간 유물 4점이 유족들에 의해 우리나라(공주박물관)로 돌아온다는 보도가 있었다. 연꽃무늬 기와 완형 등을 되돌려준다는 얘기다. 우리 百濟史(백제사)를 고고학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연구자였던 가루베는 고분들을 발굴하면서 문화재들을 빼돌리고 도굴됐다고 신고했던 인물이다. 일본 패망 직후 유물 한 트럭 정도나 가지고 도망쳤다는 설도 있다.

○…요즘 경북지역에서는 문화재 도둑들이 여전히 극성인 모양이다. 종중 古宅(고택)과 사찰'향교'서원'개인박물관, 심지어 墓所(묘소)까지 가리지 않고 싹쓸이해가는 사례들이 비일비재라 한다. 특히 비지정문화재는 향교'사찰 등에 산재해 있으며 관리가 소홀해 더욱 그렇고, 도난과 피해 사실마저 모르거나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근래엔 경주시 산내면 강산리의 경주 이씨 선조 墓碑(묘비)가 심하게 훼손됐다. 올 들어 양동마을에선 병풍'제기류'고문서 등 42점이 도난당했고, 남산 승소골 석탑 옥계석과 신평리 비로자나불좌상의 불두 등이 절취됐다. 또 고령군 쌍림면 용리의 여주 이씨 종중 반곡재 현판, 안동시 예안면 부포리 부라원루 현판을 훔쳐가는 등 문화재청의 홈페이지 '도난문화재정보'에 등록 된 것만도 20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수월관음도'나 가루베에 얽힌 이야기가 말하듯이, 日帝(일제) 강점기의 문화재 도난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게다. 문화재란 개념조차 몰랐던 탓이 얼마나 컸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여러 가지로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비지정문화재들이 방치되고, 도둑들이 설쳐서야 말이나 되는가. 도난 문화재 불법 매매 원천 遮斷(차단)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은 물론 우리 모두가 '문화재 지킴이'라는 인식이 따라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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