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자, 뚱보, 동성연애자, 퇴마무사…'
소수자로 취급돼 오던 캐릭터들이 영화의 주연으로 등장하면서 한국영화계에 독특한 캐릭터 열풍이 불고 있다.
이 캐릭터들은 영화의 변방에서 '조연중의 조연' 역에 불과했지만 이들이 대거 영화의 한 중앙으로 성큼 걸어들어오면서 영화의 지형이 더욱 풍부해지고 있는 것.
재벌 2세(이한)와 게이 호스트바 종업원(이영훈)의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영화 '후회하지 않아'가 개봉 8일만에 관객 2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독립영화 가운데 이같은 기록을 세운 건 '후회하지 않아'가 처음이다. 개봉 전 포털사이트 영화 검색순위 1위를 시작으로 저예산 독립영화 사전예매 관객수 1위, 저예산독립영화 가운데 첫 주말 관객 동원 1위, 최단 기간 1만·최단 기간 2만 관객을 돌파 등 신기록을 속속 세우고 있다.
정신병자들도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들은 이 세계와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갇혀있다.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누구보다 결 고울지도 모른다. 이런 발상에서 시작된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정지훈, 임수정이라는 톱스타의 등장과 함께 영화의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영화계에서 정신병자는 소위 '미친사람' 쯤으로 등장해왔다. 살짝 맛이 간 그들은 우리에게 '웰컴 투 동막골'에서 여일(강혜정)처럼 순수함의 대명사로 다가오기도 했으며 '꽃잎'에서 소녀(이정현)처럼 시대의 아픔을 농밀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반면 영화는 한번도 그들의 세계에 귀기울이지 않았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그들이 주인공이고, 그들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영화다.
주인공 영군(임수정)은 자기를 싸이보그라고 생각하며 밥도 먹지 않은 채 건전지로 충전하려 한다. 일순(정지훈)은 무엇이든 관찰하기를 좋아하고 남들의 특성을 훔칠 수 있다고 믿는 귀여운 청년.
다음달 개봉하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주인공 한나는 100kg에 육박하는 뚱뚱한 여성이다. 한국 영화계에 이렇게 뚱뚱한 여성이 주인공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이 뚱뚱한 살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살들은 일찍이 보기 힘들었다. 한나는 천상의 목소리를 지니고 있지만 외모 때문에 얼굴없는 가수 신세가 고작이다. 생계를 위해 밤에는 '폰팅 알바'까지 뛰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가장 괴로운 건 그녀의 마음이다. 음반 프로듀서이자 자신의 음악성을 인정해준 유일한 사람인 한상준(주진모)를 남몰래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한껏 멋을 부려도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엔 너무 뚱뚱한 몸이 언제나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한나는 어느 날 전신 성형으로 완벽한 몸매의 여자 '제니'가 되어 돌아오면서 겪는 좌충우돌을 다루고 있다.
12월21일 개봉하는 '중천' 역시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다. 사람이 죽어 환생을 위해 49일동안 머무른다는 가상의 공간 중천을 배경으로 중간세계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산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중간세계로 간 퇴마무사 이곽(정우성)과 이승에서 기억을 모두 잊어버리고 중천을 지키는 수호자가 된 소화(김태희)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들 가운데 영화계를 평정할 이는 누구일까. 관객들은 한국영화의 독특한 '괴물'을 기다리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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