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굴 맛이 꿀 맛!'…통영으로 굴맛기행

경남 통영(옛 충무)은 지금 굴 향기가 가득하다. 바닷가에 위치한 박신장(굴 까는 작업장)에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탁탁' 굴 껍데기 까는 소리가 요란하다.

대부분의 박신장에서는 50여 명의 여성인력을 고용해 굴을 까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신장에서는 여성들이 산더미 같이 쌓인 굴을 까고 씻고 포장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작업은 오전 6시 30분터 오후 5시까지 계속된다.

여성들의 손을 거치면 울퉁불퉁하고 시커먼 껍데기가 벌어지면서 눈부시게 하얀 굴 속살이 쏙 드러난다. 톡 건드리면 흰 액체가 배어나올 것 같다.

굴은 매년 7, 8월에 채묘(굴 씨앗받기)작업을 하고 다음해 4, 5월에 어장에 수하시킨다. 새끼 굴이 실제로 바다에서 커서 성굴이 되는데는 5~6개월이 걸린다. 어장에서 수확한 굴은 육지 박신장으로 옮겨져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통영 인근에 위치한 박신장은 200여 곳. 통영 굴은 지금부터 내년 5월까지가 제철이다. 남해안의 한산~거제만을 비롯해 5개 해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지정해역이자 세계 제1의 청정 굴 생산지다. 전국 생산량의 70~80%를 차지하는 이 지역 굴은 청정지역에서 자랐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이 좋다.

"굴이 지금부터 통통하게 살이 오르기 시작하죠. 남자들에겐 정력에 좋고 여자들에겐 피부미용에 그만이죠."

박신장에서 30년간 굴을 깠다는 인심좋은 이두희(73) 할머니는 굴을 까 이방인의 입에 연신 넣어준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굴은 신선하지만 무척 짜다. 하지만 입에 들어가는 순간 향긋한 바다내음이 돌면서 이내 녹아버린다.

굴은 빛깔 뿐 아니라 영양까지 풍부한 '바다의 우유'다. 각종 비타민과 칼슘, 단백질, 유기물질도 많이 들어있고 빈혈에도 좋다. 굴 속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혈압도 적절하게 조절해 준다고 한다.

굴은 껍데기에서 나오고도 바닷물에서 3, 4일 살아있다. 하지만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신선할 때 먹는 것. 지금 통영에 가면 바다에서 갓 나온 신선한 굴을 마음껏 맛 볼 수 있다.

현재 굴의 시세는 약간 비싼 편. 김장철이 다가오는 데다 전국 굴 음식점이 늘면서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 하지만 바닷가 박신장을 방문하면 굴을 시세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고 택배도 해준다.

김장철이 다가오는 주말, 가족과 함께 통영을 찾아 굴을 맛보고 청정 바다 내음까지 맡아보는 것은 어떨까.

▶굴요리

통영에는 생각보다 굴요리 전문점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천하는 굴 음식점은 무전동 롯데마트 뒤편에 위치한 '향토집'. 10가지의 굴 음식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굴밥, 굴전, 굴회, 굴구이, 굴찜 등 '굴A코스'(1인분 1만5천 원)를 많이 선택한다. 굴밥은 하얀 쌀밥 위에 적당한 크기의 굴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져있다. 참기름과 간장을 조금만 넣고 비비면 굴 향이 그대로 살아있고 맛은 담백하다. 굴구이는 바삭바삭하고 달걀 속에 들어있는 굴전은 부드럽다. 굴찜은 아구찜처럼 콩나물과 함께 푹 쪘다. 가장 신선한 것은 굴회로 싱싱한 우윳빛 속살이 달짝지근하다. 코스요리가 부담스럽다면 먹고 싶은 요리를 한 두가지씩 주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굴회 1만 원, 굴밥 6천 원. 055)645-4808.

▶가는 길

화원IC-구마고속도로(마산방향)→남해고속도로(진주방향)→통영·대전간 고속도로(통영방향)→통영IC→동통영IC. 2시간 30분 소요.

서부정류장에서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50분~1시간 간격으로 1일 18회 운행. 053)656-2824.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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