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3시 대구월드컵경기장. 찌푸린 하늘 아래 프로축구 대구FC 선수들이 변병주 신임 감독과 상견례를 나누기 위해 정렬해 서 있었다. 양복을 입고 나타난 변 신임 감독은 긴장한 표정의 선수들 앞에서 웃음을 머금으며 "최선을 다해 팬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축구를 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프로 초보 감독이지만 화려한 선수 경력을 지닌 스타 출신 감독 답게 변 감독은 선수들과의 상견례에 이어 언론 매체 앞에서 능숙한 말 솜씨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 시즌에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변 감독은 이날 어린 동생들을 대하는 자상한 큰 형처럼 선수들에게 말하고 훈련 모습을 지켜봤다. 전임 박종환 감독이 강훈련과 스파르타 식 분위기를 강조했다면 변 감독은 자율적 분위기를 중시하는 듯 보였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윤주일은 뒷머리를 길러 머리 형태를 바꾸었는가 하면 황금성은 머리 염색을 했고 조홍규는 귀걸이를 착용하기 시작했다.이날 가랑비가 날렸지만 선수들은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훈련했다.
주장 이상일은 "새로운 감독님이 오시는 만큼 앞으로 즐겁게, 열심히 훈련해 내년 시즌에는 팬들에게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단측도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번 주 중 변 감독과 논의, 코칭 스태프 구성을 완료하고 다음 주 주말에는 구단 프런트, 코칭 스태프가 함께 1박2일간 대구FC의 발전을 위한 워크샵을 갖기로 했다.
프로 경험이 없는 변 감독을 보좌할 수 있는 코치들로 코치진을 꾸리고 외국인 용병은 올해 신통찮은 활약을 보였던 에듀, 지네이 등을 퇴출시키고 용병 수도 3명에서 2명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 시민구단 답게 선수단을 구조조정해 내실을 다진다는 의미다.
이날 변 감독이 대구FC 감독으로 선임된 데 따른 뒷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프로 코치 경험 조차 없는 그이지만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고려됐다는 후문이다. 그와 경쟁 관계에 있었던 감독 후보가 최종 면접에 나오지 않아 그에게 기운 측면이 있고 그보다 프로 지도자 경력이 나은 인물도 있었지만 다른 팀들처럼 연봉을 많이 줄 수 없는 사정 때문에 그를 선택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지역 출신이 감독 후보의 기준이라는 점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에서 지역 출신 감독을 선호하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해 변 감독을 후원하는 몇몇 특정고교 출신 인사들이 만들어낸 '명분'이기도 했다. 감독을 공개 모집했지만 일부 인사들은 뒤에서 '연고' '학연' 등을 내세우는 구태를 보였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대구FC와 변병주 감독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변 감독은 지도자 인생의 전환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됐다.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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