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에도 검시(檢屍), 친자 확인, 독극물 검출 등 과학수사 기법이 고도로 발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前)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인 과학저술가 이종호 박사는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과학수사의 날 제4회 학술세미나에서 '흠흠신서(欽欽新書)를 통해 본 조선시대 과학수사'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3대 저서 중 하나로 꼽히는 흠흠신서는 정조 당대에 심리됐던 각종 살인·자살·변사 사건 수백건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흠흠신서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기존 판례 등 법률적 쟁점과 함께 시체를 검안( 檢眼)할 때 유의할 사항, 의문의 화재로 인한 변사 사건의 증거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방법, 독살 여부를 점검하는 방법 등 각종 과학수사 기법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특히 정약용은 정조 23년(1799년) 형조참의(현대의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차관에해당)로 임명된 뒤 사건 기록과 증언을 꼼꼼하게 비교 검토한 끝에 10년 전 발생한 살인사건의 범인이 뒤바뀌었음을 밝혀내 진범을 체포하고 누명을 쓴 머슴을 석방했다.
이 박사는 "법의학에 대해 뛰어난 식견을 가졌던 정약용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수많은 고위관리들이 과학수사에 능숙한 전문가였다"라며 "이는 무고한 사람들이 누명을 쓰지 않도록 과학적 수사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 소양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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