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대학본부 입구, 빈 자리가 듬성듬성한 소공원에는 서른네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 개교 이후 지금까지 학교를 방문한 로버트 러플린(1998년 물리학상) 등 26명의 노벨상 수상자와 수학분야 노벨상으로 꼽히는 3명의 필즈상 수상자,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 등 국가원수급 인사들이 식수한 것이다. 포스테키안(포스텍 사람들)들은 이 곳을 '노벨동산'이라고 부른다.
또 무은재기념관 앞 중앙광장에는 주인 없는 빈 흉상 좌대가 덩그러니 서 있다. 포스텍 출신 가운데 처음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는 사람의 흉상을 얹기로 하고 좌대만 미리 만들어 둔 것. 박찬모 총장은 "학생들에게 노벨상과 필즈상에 대한 도전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 만들었다. 2020년까지는 노벨동산이 우리 대학 출신들의 기념식수로 채워지고 빈 좌대도 주인을 찾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포스텍은 '최고의 학생을 선발해 최고의 인재를 배출한다.'는 전략으로 학생들의 소수정예화를 추구해 31명이 32개의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칼텍(CALTECH·캘리포니아공대)을 본보기로 삼았다. 칼텍처럼 '선택과 집중'으로 20년이라는 짧은 역사지만 이공계 분야만큼은 포스텍-카이스트-서울대의 서열을 확립하는 이른바 '포·카·서'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개교 20주년을 맞는 올해 포스텍은 '비전 2020' 전략을 제시했다. ▷202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배출 ▷세계 20위 이내에 드는 대학으로 성장 ▷NSC(네이처, 사이언스, 셀 등 세계 3대 학술지)에 연평균 20개 이상의 논문 게재 등이 핵심 내용이다.
포스텍은 또 다음달 1일 개교 20주년 행사를 통해 그동안 아껴두었던 명예박사 1호를 배출한다. 의사이며 생물물리학자, 구조생물학자로 2003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로데릭 맥키넌이다. 그는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의사직과 하버드대 종신교수직도 내던지고 록펠러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유명하다.
박찬모 총장은 "대중적 인물보다는 우리 학생들이 추구해야 할 학자성을 갖췄다는 점을 높이 사 맥키넌 교수에게 명예박사 1호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포스텍이 노벨상에 도전하는 자세를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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