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세계랭킹 49위.삼성증권)이 선수인생에서 마지막 출전이 될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라켓 악재'를 딛고 남자 테니스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이형택은 29일 오후 4시(이하 한국시간)부터 칼리파 테니스 코트에서 본격적으로 몸을 풀며 아시안게임 단식과 단체전 금메달을 향한 힘찬 시동을 걸었다.
건국대 10년 후배 안재성(671위)을 스파링파트너로 삼아 볼을 주고 받으며 지난 23일 도하 도착 후 처음으로 실전훈련을 치렀다.
지난 1998년 방콕 대회에서 남자 단식(윤용일)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한국 테니스는 이번 대회에서 역시 두 종목에 금빛 희망을 걸고 있는데 이형택의 활약 여부에 따라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
그러나 이형택이 지난 10년 간 분신처럼 애지중지 여겨왔던 라켓을 잃은 탓에 얼마만큼 빨리 새 라켓에 적응을 마치느냐가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형택은 건국대 2학년 시절이던 1995년부터 H사의 라켓을 잡아왔고 이후 10년간 다른 제조사의 후원 제의를 뒤로하고 H사 라켓만 고집하며 한국 남자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세계 40위권의 벽을 깼다.
그는 수년 전 단종된 모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라켓의 줄만 바꿔 끼우며 자신의 오른손과 라켓의 혼연일체를 즐겼고 세계 정상권 선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처음으로 참가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모스크바 크렘린컵 1회전에서 애지중지 여기던 첫 번째 라켓을 부러뜨린 뒤 지난달 벼룩시장배 부산 국제남자챌린저대회 8강에서도 두 번째 라켓을 경기 중 부러뜨리고 말았다.
소중하게 여기던 두 라켓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이형택은 이후 예민한 모습을 보였고 3주 가까이 휴식을 취하며 마음을 다잡는 데 전념했다.
이형택의 건국대 은사이자 대표팀 사령탑인 전영대 감독은 "선수가 보통 라켓 10개를 들고 다니지만 항상 쓰는 라켓만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형택이 10년 이상 써오던 라켓을 부러뜨린 바람에 상당이 민감하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목수가 연장 탓을 안 한다'고 하지만 코트에서 홀로 싸우는 선수들에게 라켓은 선수 생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며 우려했다.
이형택과 같은 팀 소속으로 ATP 투어 대회를 동행 중인 윤용일 코치는 "선수마다 다르지만 이형택은 라켓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라켓이 부러진 뒤에도 의기소침했기에 라켓 문제를 최대한 얘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선수 생활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라켓이었기에 부러지는 순간 이형택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 감독은 "이형택이 새 라켓에 적응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내년 ATP 투어 대회에서도 초반 고전할 수 있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문제는 당면한 아시안게임 성적이다. 한몸 같았던 라켓을 잃은 뒤 갖는 첫 대회에서 이형택이 변치 않는 기량을 과시해 줘야 한국의 금메달 목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이형택이 "마지막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이상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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