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2월 1일은 '세계AIDS의 날'…편견과 차별 '심각'

12월 1일은 세계에이즈의 날이다. 국내의 HIV(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수는 올해 9월말 현재 4천401 명(질병관리본부 집계), 그중 대구·경북 감염자수는 36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은 약물치료와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어렵게 면역력을 유지해 나가고 있지만 무엇보다 힘든 것은 주변의 외면과 편견이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가 없다. 감염사실을 모른다면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이들이지만,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의 도움을 통해 어렵게 두사람을 만났다.

지난 2004년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된 김지호(40·가명) 씨는 애주가로 소문날 정도로 건강한 체질이었다. 몸이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지만 술을 많이 마셔 탈이 난 줄로만 알았다. 그런 그가 처음 에이즈 양성판정을 받았을 때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었다.

감염사실을 안 뒤 석 달간 죽고 싶은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는 김 씨는 에이즈가 흔치는 않지만 누구든 걸릴 수 있는 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러나 이도 곧 벽에 부딪혔다. 가까운 지인들에게 감염사실을 털어놓은 김 씨에게 돌아온 건 싸늘한 시선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요. 모르는 이들은 저를 일반인처럼 대하는데... 제가 에이즈 감염자라고 밝히면 어떤 결과가 벌어질까요."

김 씨는 당뇨병처럼 에이즈도 완치약물이 없는 질병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당당해지려 노력하지만 만약 이 사실이 알려졌을 때 받게 될 사회적 편견은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젠 몸도 예전처럼 많이 좋아졌는데 감염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눈여겨' 봅니다. 난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상인데 말이죠."

박정민(32·가명) 씨에겐 에이즈 관련 증상으로 알려진 고열, 설사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박 씨는 자신이 '에이즈 감염인'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박 씨는 아직 자신이 HIV 감염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벌써 9개월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사실 9개월 전까지만 해도 에이즈에 걸린 이들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웬걸 그 게 제게도 올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래도 박 씨는 예전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 감염 사실을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다니던 회사도 그대로 다니고 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한 가지.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어야한다는 것.

"만성질환 하나를 평생 갖고 살아야하기에 귀찮긴 하겠지만 그건 대수롭지 않습니다. 지금 저를 옥죄는 것은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입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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