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소송, 서명운동, 장례식 퍼포먼스….'
요즘 부산은 온통 시끌벅적하다. 인근의 김해시가 부산 시민의 상수원인 물금취수장 부근에 공단 조성을 강행하면서 빚어지는 현상들이다. 부산이 낙동강 최하류에 자리잡은 대도시인 만큼 먹는 물 문제가 늘 골칫거리다.
지난 1996년 위천공단 조성을 둘러싸고 대구와 부산·경남 지역 간에 불거진 갈등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그 당시 두 지역 간에 격렬한 대립을 거친 후 등장한 것이 바로 낙동강특별법(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2002년 시행)이다. 물론 이전에도 정부에서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수변(水邊)구역 지정, 오염총량관리제 등의 내용을 볼 때 이만큼 진일보한 대책도 없는 듯했다. 그러나 김해 매리공단 사태가 터지면서 특별법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김해에서는 무슨 일이?
김해시가 올초 낙동강 본류에서 2.7km 떨어진 소감천 강변에 공단 조성을 추진하면서 물 싸움이 본격화됐다. 시는 지난 6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상동면 매리 일대 4만여 평에 공장 28개의 이전 허가를 내줬다.
당연하게 부산지역 시민·환경단체들은 '제2의 위천 사태'로 규정짓고 맹렬하게 반대운동을 펼쳐왔다. 매리공단이 만들어질 경우 코앞에 자리잡은 물금취수장이 공장 오폐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구자상 대표는 "부산시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단 조성을 막겠다."고 했다. 낙동강 수돗물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불안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와중에 가장 공격받는 대상이 바로 낙동강특별법이다. 법에는 수변구역(댐 상류)과 상수원보호구역을 지정, 그 안에 오염원이 원천적으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해놓았다. 그러나 댐 상류지역 지정은 환경부 권한이지만,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은 지방자치단체장 몫이다. 물금취수장 처럼 '물 사용은 부산, 취수는 경남'일 경우 해당 단체장이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상수원 보호구역 지정을 할 리 없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산업환경시스템학부)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을 환경부 장관이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특별법을 개정해야 유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별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낙동강변에서 눈에 많이 띄는 것은 크고작은 공사현장이다. 본류에만 무려 54개의 골재채취장이 가동되고 있고 대구, 칠곡, 영천, 구미, 안동, 밀양 등 곳곳에서 호안시설 보강공사나 둔치 평탄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여름철 범람에 대비하거나 시민 휴식공간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연중 내내 공사를 벌이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 누적될 경우 하천의 구조와 기능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생물학)는 "무분별한 공사로 인해 강변숲과 습지가 사라지고 주변 식생이 완전히 바뀌어 버리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다."고 했다. 특별법에 낙동강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업을 조절·통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또 댐, 보 등의 건설 및 관리문제를 통제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건교부와 지자체가 불필요한 지역에 댐과 보를 마구 건설하고 있는데도 종합적인 환경성 평가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지난 2001년부터 추진되는 7개 댐(화북댐, 감천댐, 옥계댐, 이안천댐, 송리원댐, 속사댐, 안의댐) 건설계획에 대해 '정부가 물 수요량 예측을 부풀렸다.'며 반대하고 있다.
류승원(이학박사)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은 "특별법 시행 5년간 수질보전 측면에서는 적지않은 성과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낙동강을 살리는데는 좀 미비한 편"이라며 "이제는 수량, 수질, 생태계를 통합적으로 관리·조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만들어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는 법 개정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 당시 3년 가까이 각 지자체와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설득하는 진통을 겪은 것을 감안하면 당장 고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물 문제는 늘 지역 간 갈등을 불러온다. 2020년쯤 물 부족 문제가 본격화하는데 그때는 과연 대립이나 투쟁 없이 풀어가는 지혜가 나올까?
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학술조사팀=영남자연생태보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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