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인 딸 키우며 번 2억 제이유에 날려

"1억 이상 투자자 최소 5천명, 1천만원 이상은 7만∼8만명"

15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양장점을 운영하며 지체장애인 딸(29)을 키워온 김모(50) 여인은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충동에 시달린다.

제이유그룹 다단계 사업자에 가입해 평생 모은 2억원을 모두 날리고 연로한 부모 집에서 '더부살이' 하는 것도 못할 짓인 데다 몸과 마음이 멍들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김씨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2002년 중학교 동창에게서 다단계 사업을 해보라는 권유를 받고부터.

동창은 "너는 장애인 딸이 있으니 돈을 많이 벌어야 하지 않느냐. 앞으로는 네트워크 소비 방식으로살수 밖에 없다"며 다가왔다.

김씨는 1일 "그 때는 다단계가 뭔지도 몰랐다. 친구가 동업을 하자고 해 가게를 같이 하자는 줄 알고 갔더니 압구정동에 있는 제이유 본사로 데려가 주수도 회장 강의를 듣게 했다"고 말했다.

물건을 사고 물건값의 1.5배를 돈으로 준다니 믿을 수 없었지만 제이유의 사업 설명과 주 회장의 강연을 들으니 마음이 흔들렸다.

주 회장은 "제이유에서 물건을 사는 게 중소기업과 농어촌을 살리는 길이다. 나는 자식도 없고 욕심도 없어서 여러분을 도운 뒤 배낭만 하나 메고 아프리카로 가서 죽을 생각이니 믿어도 좋다"며 설득했다.

강연을 들으면 주 회장은 마치 훌륭한 대통령 같은 위대한 인물로 느껴졌다.

그러나 제이유의 장밋빛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구입액인 200만원어치 물건을 사고 수당 300만원을 지급받을 것을 약속받았지만 보름 후 그의 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달랑 2천400원.

약속이 다르지 않냐고 항의하며 사업자 가입을 취소하려고 했으나 제이유는 곧 수당이 모두 지급된다며 말리고 나섰다.

김씨를 자신의 '다운'(하위 사업자를 지칭하는 용어)으로 데려온 동창 역시 집요하게 그를 설득했다.

다운이 해약하면 상위 사업자가 징계를 당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유명 탤런트와 은행 지점장, 저명한 종교인 등이 강연회, 사내방송 등에 나와 입에 침을 튀기며 사업의 적절성을 설명하는데 '아무래도 나보다 똑똑한 저 사람들 말이 맞겠지'라는 믿음이 들었다.

그렇게 지난해 12월까지 노부모와 형제 돈까지 끌어 써가며 투자하고 회수하지 못한 원금만 2억원이 훌쩍 넘어서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업자를 그만뒀다.

큰마음 먹고 탈퇴 의사를 밝히자 제이유 관계자는 "당신이 어린 애냐. 자신이 판단해 결정한 것을 책임 못 지냐"고 윽박질렀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보험금을 내지 못해 해약된 노후 대비용 보험과 손가락질이 두려워 남에게 피해자라고 주장조차 할 수 없는 외로움뿐이다.

김씨는 "제이유 피해자 모임은 1천만원 이상을 투자한 사람이 7만∼8만명, 1억원 이상 투자자자 5천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검찰이 주 회장의 재산 해외은닉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철저히 파헤치고 전액 추징해 원금만이라도 회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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