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영업을 하던 NH투자증권 대구지점은 이달말 보따리를 싼다. 짐을 싸 새로 둥지를 트는 곳은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대구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아파트 비율이 최대인 달서구지만 영업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사실상 '대구의 큰 손' 대다수가 모여있다는 수성구의 중심 범어네거리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는 판단이 섰죠. 워낙 이 거리가 인기있다보니 빈 사무실을 찾기 힘들어 보금자리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김용순 NH투자증권 대구지점장)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가 금융 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근에 고급 아파트가 최근 몇년새 밀집, 고액 자산을 가진 '큰 손'들이 잇따라 인근으로 이사해온데다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향상돼 '금융 수요'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범어네거리에 점포를 갖고 있는 대구은행과 기업은행은 최근 몇년간 '범어네거리 총력 사수'에 온힘을 기울였었다. 아파트 시행사들의 "팔아라" 공세를 막아내면서 점포를 지켜낸 것.
결과는 대성공. 은행은 물론, 증권·보험사 등까지 최근 '범어네거리 집결'에 나서면서 고액의 보상가를 쳐주겠다는 유혹을 이겨내고 자리를 지킨 것이 미래 가치를 감안할 때 '크게 잘한 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은행 최영철 홍보팀장은 "기업은행이 대출영업 중심에서 탈피, 수신 영업도 늘리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이 자리를 비켜줄 수 없었다."며 "두산 위브더제니스 등 향후 우수 고객들의 범어네거리 집결이 가속화하는 현실에서 네거리 중심에 자리한만큼 향후 영업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이 집계한 대구의 금융기관 현황에 따르면 대구에서 영업중인 15개 은행 가운데 범어네거리 또는 범어네거리 근접지에 영업점을 갖지 않은 은행은 신한은행과 외환은행, 중국은행, 수협중앙회 4곳 뿐이었다.
최근엔 증권사의 '범어네거리 공략'이 가속화해 삼성증권 등 12곳의 증권사가 이 곳에 영업점을 내고 있는 것으로 금감원 대구지원의 조사결과 나타났다. 이달말 NH투자증권이 이 동네로 들어오면 13곳이 범어네거리로 몰린다. 증권사들은 범어네거리에 앉기 위해 수십억 원의 건물 임차 보증금 지불도 불사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NH증권 외에 또다른 증권사가 범어네거리에 영업점을 내려고 시도했지만 빈 사무실이 없어 들어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 곳 증권수요가 워낙 좋아 범어네거리 진입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보험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8개 회사가 범어네거리에 영업점을 내고 있으며 LIG손해보험은 건물임대에서 벗어나 범어네거리에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자사 건물을 짓고 있다.
범어네거리에는 캐피탈과 신용정보, 저축은행, 카드회사 등의 금융기관도 6곳 있으며 예금보험공사 영남지사, 증권예탁결제원 대구지원도 위치해있다.
한편 대구 수성구청은 수성교에서 범어네거리를 잇는 구간에 고층건물을 집중 유치, 대구의 맨해튼으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운 가운데 주거기능만 밀집된다는 비난이 많았지만 최근엔 주거기능을 따라 금융, 의료 등 서비스 기능도 동시에 몰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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