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밤, 현지시간으로 1일 오후 '열사의 땅' 카타르 도하에는 굵은 빗줄기가 뿌렸다. 오후 5시가 갓 넘어선 시간.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지만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비가 임시로 지은 건물인 메인미디어센터(MMC) 지붕을 세차게 때렸다.
지난 26일에도 도하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한꺼번에 내린 비로 시내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였다고 한다. 메인미디어센터 일부 구역 천장에 비가 새기도 하고 정전이 되는 사태도 일어났다. 예상치 못한 비 때문에 한국 야구팀을 비롯, 각국 선수단이 연습에 지장을 받았었다.
뜨거운 태양과 모래바람을 연상하고 온 이방인들에겐 이 같은 비가 낯설 법도 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카타르는 지금이 우기(雨期)다. 우기인 겨울철에 4,5차례 빗줄기를 볼 수 있다. 물론 강우량은 연 평균 100㎜ 정도로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날씨처럼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것이 길 안내를 맡은 자원봉사자 하만(34) 씨의 설명. 문제는 이날 비가 아시아인들의 축제,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을 한 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내렸다는 것. 하만 씨도 개막식이 잘 치러질지 걱정이라고 했다.
2일 0시(현지시간 오후 6시)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인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막식. 관중석 곳곳에서 받쳐 든 우산을 구경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식전 행사를 위해 그라운드에 깔린 붉은 천에는 빗방울이 번져 조명을 받자 번들거렸고 일부 관중은 비를 피하려고 통로 쪽으로 몰려드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개막식이 진행되면서 빗줄기가 조금씩 가늘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
개막식이 끝난 후 한국을 비롯한 수천명의 선수단은 선수촌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그라운드를 지나 이동했지만 스타디움 출입문을 완전 개방되지 않는 바람에 흠뻑 비를 맞았고 버스도 제때 오지 않아 1시간 동안 발이 묶이는 등 수난을 당했다. 각 국 선수단은 허술하게 대처한 대회 조직위를 일제히 성토했다.
이날 하루 내린 비만 약 20㎜. 1년에 몇 번 오지 않는 비가 하필 이 때에 오느냐는 한탄이 나올 만 했다. 이튿날에도 비가 오고 글피에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카타르 기상청의 예보다. 2일 오전 9시에 열릴 야구 한·일전처럼 실외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날씨에 많은 영향을 받기에 각국 선수단은 일기예보에 귀를 곤두세워야 할 형편이 됐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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