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청갈등 '일시휴전' 들어가나

與 대통령 순방기간 정기국회 집중키로

정계개편의 방향을 놓고 거친 언쟁을 주고 받았던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갈등이 내주부터 일시 휴전에 들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우리당 지도부는 지난 1일 밤 시내 한 음식점에서 비공개 심야회동을 갖고 대통령 해외순방 기간에는 당청간 논쟁을 자제하고 정기국회 막판 상황에 집중하기로 했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오는 3일 '아세안 + 3회의' 참석차 출국해 오는 13일 귀국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국내정치 현장을 비운다.

우리당 비상대책위원들은 심야회동에서 남은 정기국회 기간에 법률안과 예산안 처리에 최선을 다하고 정계개편의 방향은 내주 깊이있는 토론을 통해 대통령 귀국 후 의원총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당초 정기국회 종료 예정일인 오는 9일 의총을 열어 정계개편의 방향과 일정 등을 제시하려 했던 계획이 다소 순연된 셈이다.

오는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 했던 내년도 예산안이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과 예산 처리 연계방침과 7조원에 달하는 예산부수 법안의 미처리 등을 이유로 늦춰지면서 임시국회 소집이 불가피해진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또 노 대통령이 "신당은 지역당"으로 폄하한 데 대해 우리당 김근태(金槿泰) 의장이 "제2의 대연정 발상"이라며 치받는 등 당청간에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는 분위기도 밑바탕에 깔려있다.

김 의장의 핵심측근은 "서로 할 말을 다 한 상황이니만큼 대통령이 더 안 하면 우리도 그만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당분간 당청관계는 접어놓고 내주부터는 당 내부를 정리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측도 2일 낮 이해찬(李海瓚) 전 총리, 문희상(文喜相) 의원 등 중진그룹 7명과 함께 오찬을 갖기로 한 계획이 언론에 공개되자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이를 취소하고 해외순방에 집중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오.만찬을 안 하기로 결정했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기 위해 안 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노 대통령이 앞서 여당내 신당 추진 움직임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분명하게 밝혔고, 이병완(李炳浣) 비서실장이 전날 여당의 구체적인 정계개편 구상이 뭔지, 지역당이 아니라는 점은 뭘로 증명할건지 밝혀달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 등 할 말을 어느 정도 한 상황이라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계개편 방향을 둘러싼 여당내 논란과 갈등이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당내 친노와 신당파간 대치전선이 분명하게 형성돼 있어 당내 정계개편 논의과정에서 논란은 오히려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순방중인 노 대통령이 동포간담회 등을 통해 불시에 국내정치 현안에 대해 발언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당.청 갈등은 인화성이 높은 현안으로 이미 자리매김돼 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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