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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사라 블래퍼 홀디 지음/유병선 옮김/서해문집 펴냄

인간 여성은 모든 암컷 영장류 가운데 가장 억압받는 위치에 있다. 다른 영장류들은 어떤가. 대체로 수컷들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암컷의 의도와 선택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 세계에 대해 널리 알려진 지식도 역사의 기록자인 남성들에 의해 왜곡되지 않았을까.

암컷 영장류는 수컷 만큼이나 전체 진화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능동적이고 독립적이며 성적으로도 적극적이라는 것. 또 자신의 목표를 위해 수컷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이 책은 육체적으로 강한 수컷이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진화의 역사 속에서 암컷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는 '누가 아비인가'하는 친부의 불확실성이라고 주장한다. 영장류 암컷은 아무 때나 섹스가 가능한 성적 수용능력, 배란 은폐, 적극적인 섹스 행동 등의 특성을 이용해 수컷을 조정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컷으로부터 양육투자와 보호를 얻어낸다는 것이다.

이 책은 1981년 출간 후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켰으며 사회생물학자이며 페미니스트인 저자의 독특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320쪽. 1만 2천500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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