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저자와의 대화) 에세이 집 낸 서정윤시인

서정윤(49).

우리는 그를 '홀로서기'의 시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시집 1~5권, 거기에 '홀로서기 선집'까지 6권의 시리즈로 300만 부라는 초유의 판매고를 올렸다.

그가 에세이집 '홀로 이룰 수 없는 사랑'(비앤엠 펴냄)을 냈다. 책이 택배로 도착한 날 따끈따끈한 그 책을 놓고 만났다.

"'홀로서기'가 사랑을 위한 '홀로'라면 이 책은 둘이 만난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고 했다. 에세이집에는 아내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시에 대한 단상 등이 3부에 나눠 실려 있다.

그는 사실 '홀로서기'로 서고, '홀로서기'로 홀로 외로운 시인이었다. 스포트라이트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그림자는 더욱 짙은 법이다.

"너무나 부담돼 작품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그게 그거다' 는 등 혹평도 들었다.

처음에는 그 속에 안주하기도 했다. '…/하늘은 밝음을 향해 선 자의 것이라고/분노하며/다시 허물어지는 그 어디,/체념을 배우며 지나는/설명되어지지 않는 황홀을 느낀다'('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

"시집 '가끔 절망하면 황홀하다'까지는 비틀거렸습니다. 그러나 '따옴표 속에'부터 새로 틀을 잡았습니다."

'당신을 사랑한다는 그 말,/어디에고 표시하고 싶었다/…/많이 사랑한다는 그 말/이제는 내 입술에 그려져 있다/별보다 까만 눈 속에 숨겨져 있다/단 하나만을 사랑할 마음, 샘물로 솟아나/지워지지 않는 표식이 되어/나를 적시며 흐르고 있다/당신의 따옴표 속에….'('따옴표 속에')

"이제는 사랑하는 마음, 사랑의 즐거움,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에세이집 '홀로 이룰 수 없는 사랑'에는 그의 고민들이 잘 드러나 있다. 2부 '홀로서기 위한 방황'에는 "헛것만 나열된 시보다는 차라리 쉽게 읽혀지고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시가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시의 성패는 당대의 비평가들이 아니라 100년 후의 독자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내 시의 독자는 단 1명이라도 좋다."는 그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나는 함께 나누는 시를 쓰겠다. 시를 읽고 삶의 의욕을 찾는다면 그것만 해도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전 국민을 강타한 '홀로서기'의 인기가 그립지 않으냐는 질문에 "나이가 들면 어렵다. 가슴 뜨거운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건 20대가 할 것이다."고 했다.

여전히 그는 사랑을 믿고 있다.

격정적이고 아픈 사랑이 아니라, 이제는 따뜻한 사랑이다. "글을 써 아내에게 읽어주고, 같이 눈물을 흘리는 것이 사랑"이라고 했다. 에세이집 '홀로 이룰 수 없는 사랑'에서 찾은 둘도 그 그림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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