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데도 순서가 있다. 양자역학에 대한 기초 지식 없이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를 선뜻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단계별로 수준에 맞는 책을 읽어야 많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가 처음부터 어려운 책을 읽는다면 독서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 관심 분야에 대한 대략적인 그림을 그려주고 필수적으로 읽어야 하는 책은 무엇인지,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는지 등을 안내해 주는 책이 있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대중을 고급 지식의 세계로 안내해주는 교양서 시리즈가 나왔다. 각 분야 전문가 36명이 저자로 참여하는 '지식인 마을' 시리즈는 인문·사회 30권, 과학 20권으로 구성된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동서양의 대표 지식인 100명이 촌장과 일꾼으로 등장한다. 촌장은 여러 학문 분야 대가들을, 일꾼은 촌장의 유산을 물려받아 자신만의 분야를 새로 개척한 20세기 지식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촌장과 일꾼의 관계는 지식에는 뿌리가 있으며 지식은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문·사회 사상을 이끈 촌장들에는 서양 철학의 아버지 소크라테스 & 플라톤, 유학 사상의 뿌리 공자와 맹자, 고전 사회학의 창시자 뒤르켕과 베브,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와 계승자 프로이트와 라캉, 과학의 여러 분야를 개척한 촌장들에는 근대 자연철학의 대부 뉴턴과 데카르트, 서양 천문학의 혁명가 갈릴레오와 케플러, 근대 화학의 효시 라부아지에 & 프리스틀리 등이 속해 있다.
인문·사회 분야 일꾼으로는 20세기 언어학의 창시자 촘스키 & 스키너, 현상학의 아버지 하이데거와 후설, 현대 프랑스 해체주의 철학자 데리다 & 들뢰즈, 과학 분야 일꾼으로는 현대 물리학의 혁명가 아인슈타인 & 보어, 20세기 천재 발명가 에디슨과 테슬라, DNA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힌 왓슨과 크릭 등이 선정됐다.
100명의 지식인과 저자 선정 과정, 저자 약력 및 후기, 미래의 지식인에 대한 비전 등을 담은 시리즈 가이드 '지식인마을에 가다'와 함께 1차분으로 출간된 책은 모두 15권. 각 권마다 대립하거나 영향을 끼친 두 명의 지식인들이 벌이는 치열한 논쟁과 창조적 계승 과정이 펼쳐진다. 책은 지식인의 삶과 업적, 사상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대신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1권 '진화론도 진화한다-다윈 & 페일리'는 '생명은 어떻게 생겨났는가'라는 물음에 기초해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 생명의 역사를 인간이 어떻게 해석해 왔는지 조명한다.
또 각 권마다 '지식인 지도'를 그려 지식인들의 관계를 '계승', '비판적 계승', '타분야 영향' 등으로 표시,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도 일목 요연하게 보여준다. 제11권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들-사이먼 & 카너먼'에서는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지심리학의 성과와 함께 인공지능 연구와의 관련성을 다루고 있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구성도 눈에 띈다. '지식토크, 테마토크'라는 코너를 통해 독자들은 지식인들과 가상의 만남도 가질 수 있다. 독자들은 사마천과 노자, 장자가 벌이는 가상 TV인터뷰, 데카르트와 버클리의 메신저 채팅과 수백 년 전에 살았던 유학자들이 현대에서 벌이는 선거 유세 등을 보며 불꽃 튀는 논쟁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이와 함께 본문의 주제를 발전시켜 토론할 문제를 제시, 독자들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동서양 고전들을 직접 읽어 볼 수 있는 원문 읽기, 핵심 개념, 참고 문헌도 친절히 제시하는 '징검다리' 코너도 마련되어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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