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다섯 달 전만 해도 그는 스케줄이 많지 않은 '한가한' 가수였다.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 사인해 줄 일도 많지 않았다. 엄연한 '프로' 가수임에도 "노래를 잘하니 가수해도 되겠다."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만 얻을 수 있어도 고마웠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가수 중의 한 명이 됐다. 밤무대를 제외해도 한 달 평균 80~90개의 일정을 소화한다. 전국 곳곳을 누벼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를 이용해 시간을 맞추고 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예기획사에 소속돼 담당 매니저도 생겼다.
그의 노래는 한 달간 300회 넘게 라디오 방송 전파를 타고 있다. 국내 모든 가수를 통틀어 5위권 안에 드는 대단한 수치다. 젊고 예쁜 여가수만 주로 출연하는 군인 대상 프로그램에까지 초대받았다. 남자가수, 그것도 트로트 가수로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최근 '땡벌'로 전국을 들썩이게 하고 있는 가수 강진 이야기다. '땡벌'은 한 번 들으면 쉽게 잊히지 않는 독특한 노랫말과 리듬 때문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2001년 발매한 '땡벌'이 갑자기 뜬 것은 조인성이 영화 '비열한 거리'에서 차 안과 노래방 등에서 부르면서부터다. 이후 KBS 2TV 드라마 '소문난 칠공주'에서도 이승기, 노주현이 '땡벌'의 흥겨운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장면이 종종 전파를 탔다.
'땡벌 신드롬'은 오락프로그램에까지 이어졌다. 그룹 V.O.S의 김경록이 SBS '일요일이 좋다-X맨을 찾아라'에서 코믹하게 이 노래를 소화했고 신정환은 KBS 2TV '해피선데이-여걸식스'에서 아예 벌 의상을 입고 출연하기도 했다.
순식간에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는 사실 지난 20년간 철저한 무명의 세월을 겪었다. 1986년 첫 앨범을 내기 전 시절까지 합하면 무려 30년 가까이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가수 외의 다른 길은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부인(그룹 희자매 출신 김효선 씨)과 결혼 후에도 줄곧 가수를 고집했다.
"잠시라도 다른 길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노래가 미치도록 좋았죠. 다른 것을 할 재주도 없었습니다. 내 노래 한 곡이라도 사람들이 알아줄 날을 기다리며 참아왔습니다."
그가 '땡벌'을 부르게 된 것은 나훈아 덕분이다. 그는 20여 년 전 나훈아의 앨범에 수록된 '땡벌'이 마음에 들어 나훈아를 직접 찾아가 다시 부를 수 있게 해달라고 졸랐다.
"반드시 그 노래를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에 아내를 데리고 나훈아 선배님을 찾았죠. '곡이 짧다.'며 반신반의하셨지만 결국 주셨습니다. 직접 기타로 노래를 부르면서 녹음까지 해 주셨죠. 제가 지금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은 나훈아 선배님 덕분입니다. 정말 고마운 분입니다."
후속곡 '화장을 지우는 여자'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가수로서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간적인 면에서도 인정을 받고 싶다.며 "아차 하면 팬들의 박수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관심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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