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김장하는 날은 저희 동네의 잔칫날이었죠. 아빠는 김장독을 묻을 구덩이를 파느라 분주하게 움직이셨고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서 채 썰고 무를 자르시고 파 썰고 갖은 양념을 준비하곤 했죠. 특히 저희 집은 바닷가(군산)라 가까운 강경에 가서 맛난 젓갈을 사와서 백합젓으로 김치를 담갔습니다. 김장을 도와주시는 아줌마들을 위해서 엄마는 돼지고기를 사와서 장작불에 삶았습니다. 굴과 배추보쌈과 먹는 삶은 돼지고기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전 엄마 옆에 앉아서 거들다가도 금방 지은 밥과 함께 버무린 김장김치로 밥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곤 했습니다.
금방 버무린 김장김치로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지금은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그런 옛 맛을 느낄 수가 없지만 독에 묻어놓은 김장김치의 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항상 김장철이 돌아오면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신 김장김치의 맛과 삶은 돼지고기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답니다.
강옥실(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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