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안게임> 매운맛 보여준 북한 여자탁구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국제대회 경험과 기술적인 부분만 보완한다면 세계 최강 중국도 위협할 만하다'

북한 여자탁구가 제15회 아시안게임에서 아깝게 단체전 2회 연속 우승에 실패했지만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2일(한국시간) 북한과 싱가포르의 단체전 준결승을 지켜본 이유성 MBC 탁구 해설위원은 세대교체를 겪고 있는 북한 탁구의 눈부신 발전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싱가포르에 아깝게 2-3으로 져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지만 선수 각각의 기량은 이미 세계 정상수준에 근접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녹색테이블의 기적'을 만든 김현희와 김향미가 은퇴했지만 '23세 트리오' 김미영, 고운경, 렴원옥과 17세 김정은 매운맛을 보여줬다.

세계랭킹이 69위에 불과한 왼손 셰이크핸드 김미영은 세계 4위인 싱가포르 에이스 리쟈웨이를 3-0으로 완파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아직 소녀티를 벗지 않은 김정도 2-2로 균형을 맞춘 5단식에서 아깝게 순베이베이에게 2-3으로 져 결승 진출 좌절의 빌미를 제공했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안정된 수비와 과감한 스매싱이 일품이었다.

남북 단일팀으로 출전했던 '91지바 세계선수권대회 때 단체전 금메달과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던 이분희와 김현희, 2004아테네올림픽 단식 은메달리스트 김향미 등 걸출한 스타들의 계보를 잇기에 부족함이 없는 실력이다.

이 같은 북한 여자의 저력은 탁구가 역대 대회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전통적 메달 박스로 자리 잡으면서 어린 선수들이 선망하는 인기 스포츠로 떠오른 데다 선수를 집중 관리하는 직업선수 팀만 해도 20여개에 이르는 등 무한경쟁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대표들도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에게 종종 패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실력 향상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는 게 여자팀을 이끌고 있는 리형일 감독의 전언이다.

이유성 해설위원은 "북한 대표 중 3명이 이제 20대 초반이고 김정은 17세 밖에 되지 않았다. 이 선수들의 기량이 다듬어진다면 2∼3년 안에 중국도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베테랑 선수에만 의존한 채 세대교체를 제대로 못해 그 여진이 계속되는 한국 여자탁구가 교훈을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3일부터 본격 시작되는 단식과 복식, 혼합복식 등 개인전에서 어떤 색깔의 메달을 차지하며 메달 행진을 할지 기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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