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를 하는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여겨 마음에 새기는 경구 가운데 '글씨는 곧 그 사람과 같다'(書如其人)는 말이 있다. 이것은 서예를 단순히 아름다운 글씨를 쓰기 위한 기술이나 기교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우선 스스로의 인격함양에 힘써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동양 전통의 예술관에서 보자면 이것이 어디 서예에만 국한된 일이겠는가. 그림이나 문장 역시 그 사람의 인품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니 '화여기인'(畵如其人)이고 '문여기인'(文如其人)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인화는 예술과 인격의 일치를 중시한다.
유학의 가르침을 한 마디로 줄여 말하면 인간의 본질은 도덕성에 있으며, 일상생활 속에서 이를 실천해 나감으로써 우주 자연의 법칙과 합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길이며, 인간의 영원한 이상이다.
문인화는 예술을 통해 이러한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 활동이다. 그러므로 문인화는 다른 어떤 예술장르보다 작가 자신의 인격 수양이 크게 요구되며, 가장 중요한 예술적 요인이 된다. 비록 그림을 그리는 대상은 외재적 사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의식과 정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요구가 전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인화가들이 선호하는 화목(畵目)은 상대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현대에 와서 소재의 제한을 극복하고 다양한 대상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사군자가 주된 소재로 그려진 것에는 그들의 생태학적 특성이 화가들의 정신을 담아내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른 봄 기어이 꽃을 피워내는 매화나 사철 푸르름을 잃지 않고 곧게 뻗어 오르는 대나무, 심산유곡에서 홀로 잔잔하고 맑은 향기를 발산하는 난초를 보며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사실 무엇을 그리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것은 작가의 마음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진실함과 힘들고 어려워도 올바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낼 수 있다면 무엇이든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하면 좀더 안락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매화를 그린다면 아무리 예쁘게 그려진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공홍주(한국문인화협회 대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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