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신춘문예)지난해 당선자들 "나는 이렇게 준비했다"

◇이숙경(소설)

소설 문장도 운율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써 놓은 문장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자. 호흡이 맞지 않는 문장은 운율에 맞게 줄이거나 두 문장으로 나누는 것이 좋겠다. 애매모호한 단어나, 겉멋을 부린 문장, 어디서 본 듯한 문장들은 아깝더라도 과감하게 쳐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심사위원은 일차 독자이다. 끝까지 뒷장을 넘기게 하는 속도감과 흡인력이 요구된다. 두 쪽이 넘어가기 전에 소설 속 상황을 인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도입부에서 작가만의 독특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

◇강경보(시)

좋은 시의 요소는 오랜 습작을 통해 나름대로 터득되는 것이다. 어떤 시제에 대한 오랜 착상과 몸부림 끝에 어느 날 일필휘지로 써내려간 시가 당선작이 되는 것이다. 투고하기 전에 다음 사항들을 심층적으로 확인했다. △내 시 최초의 문장이 얼마나 흡인력이 있는가 △첫문장의 속도감이 마지막까지 유지되어 있는가 △서사를 전개함에 있어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되 공상이 되지 않도록 현실과의 연결장치를 필요한 곳에 배치했는가 △마지막 반전이 있는가. 마음의 충격을 통한 깊이의 획득! 결말이 뻔한 시는 피해야 한다.

◇이화우(시조)

저쪽에 흰 종이가 펼쳐져 있다. 설원이라 해도 무방하리라. 한 사람을 내리고 이내 기차는 떠난다. 기차에 가렸던 역사의 푯말이 서서히 나타난다. 그곳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신춘문예역←시인역→? 신춘문예 지망생들이여 다음역의 풍광이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남저수지 사진들을 오려 길게 붙이고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었다.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우연히 사진을 보고 시를 썼다. 간절함은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첫걸음. 그런 연후에는 피나는 노력이 요구 될 것이다. 분발하자. 역이 가까이 왔다.

◇황영선(동시)

동시는 세상을 건너가는 징검다리며 무지개다. 어른이 동심을 읽고 그 눈높이에 맞춰 쓰는 글이다. 아이들만을 위한 글이 아니라, 어른도 함께 읽고 공감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울림이 있어야 한다. 동시는 짧은 글이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글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지나가듯 신춘문예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도 힘들겠지만, 좋은 글을 계속 풀어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 더 큰 숙제인 것 같다. 누에도 거미도 못 되어 끙끙거리며 글쓰기에 매달리다 보면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려고 할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한미경(동화)

신춘문예의 첫 번째 단추는 한 번 해보겠다는 용기다. 그 다음이 글감의 선택이다. 이것은 섬광처럼 떠오르는 행운도 있겠으나 나의 경우는 숙고의 결과다. 무얼 쓰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하니 마치 정답이 있는 문제처럼 글감이 떠올랐다. 다음 과제는 글감에 어떤 옷을 입힐 것인가를 결정하는 단계다. 주제에 따라 날 것을 그대로 보여줄 수도 있고, 옷을 입혀 주제가 살짝만 보이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그 다음은 쉬웠다. 생각해 놓은 틀에 따라 얼개를 짜고 살을 입히면 되니까.

◇엄정숙(수필)

특별히 신춘문예를 준비했다기 보다는 평소의 생각들을 진솔하게 정리한 것이 수필이 되었고, 그것이 당선으로 이어졌다. 물론 수필은 신변잡기가 아니라 깊이있는 사색의 결과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문학적인 표현에 매달리기 보다는 순수한 마음을 전달하는데 비중을 뒀다. 평소에 시와 소설 그리고 수필 작품을 많이 읽고 글 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원래는 시를 썼지만, 예순에 이른 내 나이에는 내 삶과 애환 그리고 상념들을 고해성사하듯 전달하기에 수필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많이 읽고 많이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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