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 은행이 TV속에?"…'TV 뱅킹' 시대

2007년 12월 4일 오후. 거실에서 TV를 통해 영화를 보던 주부 이영애(48·가명·대구 수성구 수성1가) 씨는 전화가 울려 수화기를 들었다. 서울에서 대학 다니는 딸아이였다.

"엄마, 돈 부치랬더니 왜 안 부쳐?"

"응, 알았어, 30초내로 보낼께."

그는 느긋하게 영화를 그대로 보면서 TV리모콘을 눌러 딸의 계좌로 돈을 보냈다.

지금은 믿기 힘들지만 불과 1년후면 이같은 장면이 낯설지 않게 된다. 은행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TV뱅킹 시대를 열 예정인 것.

폰뱅킹, 인터넷뱅킹에 이어, TV뱅킹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홈뱅킹' 서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

◆언제부터 가능?

단일 은행으로서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대구은행이 이달말부터 TV뱅킹 시범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내년 4월말부터 시작한다.

현재 농협과 신한은행, 우체국,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이 이미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시범실시를 조만간 개시한다. 대구에서는 우체국이 수성구와 동구에서 TV뱅킹 서비스를 이미 하고 있다. 경북에서는 신한은행이 포항·울진·영덕·울릉군 지역에서 TV뱅킹 시험 서비스에 들어간 상태다.

신한은행은 내년 상반기에는 대구 중구와 남구에서 TV뱅킹 서비스에 들어갈 방침이다.

◆어떤 점이 편리?

홈뱅킹 서비스의 편리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TV뱅킹 서비스는 가장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재 홈뱅킹 시장을 가장 많이 점유해나가고 있는 인터넷 뱅킹의 경우, 주부들이 집안의 PC를 잘 장악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자녀들이 주로 점유하고 있는 PC 특성상 자녀들이 PC작업을 하고 있을때는 주부나 가장이 '홈뱅킹'을 하기가 힘들었다.

은행들이 TV뱅킹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 이유도 '가정 경제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주부들을 잡겠다는 것. 아무래도 TV와 친할 수 밖에 없는 주부들에게 TV를 통해 은행 볼 일을 해결할 수 있게 만든다.

은행들은 TV뱅킹을 통해 계좌이체와 조회, 공과금 납부 등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

◆진화하는 TV뱅킹

현재 TV뱅킹을 도입하는 은행들은 케이블방송사와 협조, TV뱅킹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한계를 지닌다. 케이블방송사가 워낙 많아 개별적으로 협상이 힘들다보니 고객 확산에 큰 어려움을 갖고 있는 것.

고객들 입장에서도 TV뱅킹을 위해서는 디지털방송에 가입하고 수신장치를 구입해야하는 것은 물론, 사용료도 월 1만5천 원 정도 지불해야한다.

따라서 은행들은 향후 인터넷프로토콜(IP) TV를 이용한 TV뱅킹을 할 예정이다. 최근 큰 인기를 누리는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처럼 인터넷망을 이용한 TV를 통해 이용요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TV뱅킹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초고속 인터넷에만 가입하면 누구든지 TV뱅킹을 이용할 수 있게된다.

대구은행 E비즈니스부 최정길 차장은 "은행 고객들은 TV뱅킹을 통해 은행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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