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할 건 장사뿐인데…" 되는 것 없는 서민들

이정수(가명·45)씨는 요즘 치킨점을 차리기 위해 점포를 알아보고 있다. "이 나이에 뭘 하겠어요? 할 것이라곤 장사뿐인데… " 1997년 실패 이후 두 번째 도전이다.

당시 그는 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치킨점을 차렸지만 3일 만에 IMF를 맞았다. "죽전네거리에서 대구의료원네거리 사이 도로에서 15번째로 치킨점을 시작해 2년 6개월간 버티다 문을 닫았어요. 모두 55개의 치킨점이 난립하는 바람에 남는 게 없었지요." 이씨는 할 만한 것을 찾았지만 그래도 경험 있는 치킨점이 나을 것 같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본사 기획탐사팀이 대구시내 음식점의 영업기간을 조사한 결과 3년 안에 문을 닫거나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업소가 절반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중구의 경우 2003년 962명이 음식점을 개업했으나 지난해 말까지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는 426명(44%)에 불과했다. 대구 전체로는 음식점 2만6천762개중 올해만 폐업 5천520개, 명의변경 3천187개였다.

오랜 불황으로 설자리를 잃은 서민들이 음식점, 소매업 등 생계형 창업에 몰려들고 얼마후에 무더기 폐업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대구에서만 매년 2만 명이 보통 5천만~1억 원의 소자본으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지만 3년을 버티는 경우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소상공인지원센터 3곳에서 창업지원금을 받은 1천285개 업소 중 18%인 231개소가 불과 1년도 되지않아 문을 닫았다.

한때 각광받던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난립하면서 창업 열기가 한풀 꺾였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대구 전체 음식점 2만6천700여 개의 30% 남짓이다. 한 가맹점 업주는 "9천만 원을 투자해 점포를 냈지만 매달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며 "몇몇 가맹점을 제외하고 대부분 업종전환을 검토하거나 아예 문을 닫아 놓고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부진을 호소하는 곳이 많다. 대구에 1992년 14개에서 2000년 163개, 2005년에는 419개로 급증, 1개 편의점당 인구수가 2000년 1만 5천여 명에서 지난해 6천 명으로 크게 줄었다.

김종기 대구 남서부 소상공인지원센터장은 "근로자 계층에서 밀려난 서민들이 자영업에 진출하지만 주먹구구식 운영이나 과당경쟁으로 상당수가 실패를 본다"며 "정확한 시장정보와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임상준기자=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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