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는 제대로 굴러가야 할 것 아닌가

국회에 3천 건 가까운 법안이 쌓여 있다. 여야가 입장 차를 보이는 사법개혁 법안에서부터 노인수발보험법 같은 민생 법안에 이르기까지 '식물 국회'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다. 憲政(헌정) 사상 기록적이다. 이런 판에 지난 2일까지 확정해야 하는 새해 예산안을 미루어 오는 14일까지 심사한다는 것이다. 헌법이 규정한 법정 시한(회계연도 개시 30일까지 의결)을 어기는 게 이골이 났는지 매년 되풀이해대는 위법이고 怠業(태업)이다.

여야 의원이 해야 할 기본적 업무는 법률 제정이고 예산 심의다. 그걸 통해 정부를 견제하고 민생을 돌보라고 국회에 뽑아 올려 피 같은 세금으로 꼬박꼬박 급여를 주고 있다. 정권 획득은 그 다음이고 어떻게 보면 자기들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여야는 허구한 날 政爭(정쟁)과 대권 노름에 빠져 국회를 정국 주도권 爭奪場(쟁탈장)쯤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국회가 이 지경으로 온 데는 책임의 輕重(경중)이 없을 수 없다. 이번 정기국회 경우도 청와대가 '전효숙 사태'를 비롯한 각종 인사 임명 동의에서 오만과 독선을 뿜어대 국회를 뒤로 나자빠지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 국회 협조를 절실해 하는 대통령이 정치적 유연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발휘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다 여야 모두 일찍부터 다음 대선 게임에나 정신이 팔려 있다. 열린우리당은 신당 싸움으로 지리멸렬 상태고, 한나라당은 대권 주자들이 당의 구심점을 흐트러뜨리고 있다.

이러니 법정 시한을 넘긴 새해 예산안이 또 졸속으로 처리되고, 시급한 민생 법안은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는 우려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뿔뿔이 살길을 찾는 여당에 당부하는 것은 틀린 일 같다. 한나라당이라도 정신 차려 밥값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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