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 아니랄까봐 冬將軍(동장군)이 초장부터 맹위를 떨친다. 여름 더위와 겨울 추위, 모두 견디기 쉽지 않지만 아무래도 추위 쪽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거기다 주머니에 바람 한 줌밖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에겐 겨울은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는 혹독한 계절이다. 방문으로는 황소바람이 들락거리고, 방바닥은 사람 덕 보려하고, 쌀통까지 바닥이 드러나는 상황은 비참하다. 하기에 "춥고 배고프고…", 이보다 더 사람을 슬프게 만드는 것도 없을 성싶다.
○…겨울나기가 힘겨운 이웃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다. 전국적으로 50여만 명에 이르는 홀몸노인, 142만여 명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 이들과 별반 다름없는 253만여 명의 차상위 계층, 그리고 소년소녀가장들, 편부모 가정과 노숙자들…. 달동네에서, 쪽방에서,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나가는 이웃들이 사방에 널려있다.
○…하지만 12월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려는 손길들로 따뜻함이 넘치는 달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구세군의 빨간 자선냄비가 거리에 등장했다. 딸랑거리는 종소리는 냉랭한 이 사회에 이웃사랑의 불씨를 지펴준다. "한 해의 마지막에 너 자신만이 아닌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해보렴"하는 듯.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체감 온도탑'도 서울'대구 등 전국 12곳에 설치돼 62일간의 사랑나눔 대장정에 들어갔다. 올해 7회째. 목표액의 1% 도달시 1도씩 올라가는 사랑의 온도탑은 그래도 이 사회가 아직은 살 만한 곳임을 가슴 뭉클하게 알려준다. 모두들 먹고사는 일이 힘들어도 사랑의 온도탑은 지난 6년간 매해 100도를 훌쩍 넘어섰다. 작년엔 1천579억 원 모금에 사랑 온도 131도를 기록했다. 올해 목표액은 35억이 더 늘어난 1천614억 원, 2000년보다 무려 다섯배 늘어난 규모다.
○…올해는 또 이색적인 디지털 자선냄비도 등장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교통카드에서 버스 1회 요금분의 기부금이 구세군 자선냄비 계좌로 자동 입금되는 방식이다. 교통카드 운영사인 (주)마이비의 디지털 자선냄비가 호응을 얻으면서 다른 교통카드 브랜드들도 동참할 뜻을 보여 올 겨울 이웃사랑 열기는 한층 뜨거워질 듯하다. 혹 오늘 거리에서 딸랑거리는 구세군의 종소리를 듣는다면, 그냥 지나치시지는 않겠지요?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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