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체험! 마카오 올빼미 테마여행] ①수능 가족

미지의 도시로 '훨훨'…입시 스트레스 '훌훌'

우산을 사들고 비오는 마카오의 거리를 지도 한 장 달랑들고 답사를 나선다. 자세히 설명돼 있는 지도지만 처음 그 거리를 나서는 우리 가족에게는 그래도 어렵고 힘이 든다. 지도에 하나 하나 표시를 하며 도착한 마카오 타워는 인산인해다. 많은 자국민들에 더해 관광객까지, 각자의 의사를 표시하려는 시끄러운 언어들로 북적인다.

"꼭 한번 스카이 점프를 해 보리라." 다짐하고 왔건만 우리는 결국 포기하고 세나도 광장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광장엔 다양한 개성을 가진 각국의 젊은이들이 배낭하나 둘러메고 앉아서 광장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다. 돌로된 물결무늬의 아름다운 모자이크 노면과, 과거와 현재가 조화돼 아름다움을 더해 주는 광장에서 시작된 과거로의 여행은 이 도시를 찿은 모든이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공사 중인 성바울 성당과 그 곁에서 역사를 한 눈에 보여주는 마카오 박물관, 네덜란드 함대의 마카오 침입을 막아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몬테 요새의 검은 성벽을 바라 보노라니 그 옛날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을 지키기 위해 숨져갔을 젊은이들 생각에 잠시 숙연함을 가지게 된다. 성당 주변에 늘어선 많은 가게들, 그 곳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는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은 어디에서나 다를바가 없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준다.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하며 들른 슈퍼에서 우리나라의 라면을 대하고 보니 우리 글, 우리 제품에 대한 반가움과 기쁨이 밀려온다. 야참으로 사들고 온 라면과 치킨으로 저녁식사를 대신하며 입시에 찌들어 마음대로 웃지도 못하고, 크게 소리 한 번 지르지도 못했던 지난 날들을 이야기하며, 웃고 떠들어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이 가졌을 많은 부담을 다시 한번 보는 것 같아 가슴 한켠이 아련하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의 연이은 수능으로 가족 모두가 가졌던 힘들었던 기억들을 작은 가방하나 메고 구석 구석을 돌아보았던 마카오에 한점 한점 버려두고 왔다.

미지의 도시에 우리의 가족만이 남겨졌다는 약간의 두려움은 가족 서로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시험을 향한 긴 시간동안 아이가 가졌던 무거운 짐들, 부모가 가졌던 힘들었던 날들을 한켠 두켠 벗어 던질 수 있는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 아름답고 소중했던 여행으로 새로운 시작을 앞둔 아이에게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훌훌 털어 버리고 다가올 시간들에 대한 희망을 가지게 하는 소중한 날이었기를 간절히 바라며 짧았지만 긴 마카오 여행을 마무리한다.

신은희(주부.대구시 북구 태전동)

※ 편집자주-신은희 씨는 매일신문과 마카오항공, 고나우여행사가 마련한 '매일신문 독자체험! 마카오 올빼미 테마관광 이벤트'에 선발돼 올해 수능을 친 고 3 아들, 대학 2학년인 딸, 남편과 함께 마카오로 1박3일 여행을 다녀오고 여행기를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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