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 매각을 수사 중인 한국 검찰이 7개월여 간의 수사 끝에 외환은행이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헐값으로 매각된 것으로 결론 내리고 있다. 350상자 분량의 압수물과, E-mail 등 180여만 건의 전자문서를 분석하여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실체를 규명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자본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검찰의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매각 대금 1조 4천억 원 규모의 외환은행(매각일 2003년 8월 27일)이 현재 국민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재매입하고자 교섭하고 있는 추정금액이 약 6조원 규모라고 하니 3년 3개월여 동안 외환은행을 통하여 약 4조 6천억 원 규모의 國富(국부)가 일개 외국계 사모펀드에 증발되어 가버린 셈이 된다.
시장경제 체제내에서 서로 복잡하게 얽혀서 회전·운동하는 자본의 형태를 그 운동 동기와 역할에 기준하여 간략하게 분류하면, 金融資本(금융자본), 商業資本(상업자본), 産業資本(산업자본)으로 구분된다. 금융자본은 금융자산(은행예금, 주식, 사채, 국·공채 등)을 구입했다가 이득을 남기면서 처분하는 형식으로 시장경제 체제내에서 끊임없이 움직여 가는 자본이다. 상업자본도 실물자산(상품, 주택, 토지 등)을 구입했다가 처분할 때 발생하는 차익(자기이자)의 극대화를 겨냥하면서 회전·운동하는 자본인 것이다. 그러나 산업자본은 초기자본을 투입하여 원자재를 구입하고, 그 원자재에 노동을 가미시켜 새롭게 가공된 제품을 생산·판매함으로써, 회수되는 자본과 초기 투입자본과의 차익(이윤)을 노리면서 움직여 가는 자본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이 세 자본의 운동형태 중에서 실질적인 國富(국부)를 창출하는 자본의 운동형태는 원자재에 노동을 투입하여 새로운 제품을 생산하여 실질적인 경제효용을 증진시키는 산업자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금융자본과 상업자본은 금융자산 또는 실물자산은 그대로 있는데 판매차익만을 목적으로 소유주만 바뀌면서 회전·운동하는 자본이기 때문에 회전 속도가 빠를 때에는 실질적 효용이 아닌 버블만 일으키다가 그 버블이 꺼질 때에 국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국민경제이건 금융자본과 상업자본의 운동 과정에는 엄격하고 세밀한 시장규칙을 설정해 놓고, 그 규칙을 위반한 자에게는 가혹한 벌칙을 가하고, 不勞所得(불로소득)을 징구하게 된다. 특히 금융자본은 운영과정에서 시장경제 체제가 규정해 놓은 규칙과 룰을 교묘하게 반칙하여 불로소득을 증식하기가 쉽고, 그러나 그 반칙행위를 사법당국이 발견하여 벌칙을 가하고 그 불로소득을 징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 특징이 있다. 어느 코스닥 상장회사가 私債市場(사채시장)에서 사채를 꿔다가 증자를 정식으로 고시한 뒤, 곧 그 사채를 반제해버리고, 새로운 사업계획만을 기만적으로 발표하면서 주당 1천원을 1만원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과점주주는 그 과정에서 주식을 고가로 처분하여 엄청난 불로소득을 취한 뒤에, 막차 탄 소액 주주들에게는 빈 종이조각만 쥐게 하는 악질적 경제사범이 그 사례가 된다. 범법자들은 지능이 높은 고급두뇌의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며, 범죄액수가 크고, 범죄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특징이 있다. 조직적 주가조작, 물타기식 증자 등은 금융자본의 운동의 場(장)인 주식시장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자들이 저지르는 엄청난 불로소득 갈취행위인 것이다. 금번 론스타가 외환은행 헐값 매입 본계약을 체결하고, (주)외환카드를 합병하였을 때(2003년 11월 28일) 지분 51%이상의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외환카드 주가를 주당 8천원에서 2천원까지 하락시키는 악질적인 주가조작행위(작전명 : 프로젝트 대지주)를 했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한국 검찰은 밝히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생명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본운동의 질서 속에 "공평경쟁 원칙"과 "최대 노력자에 대한 최대 보수의 원칙"이 숨쉬고 있어야 한다. 헐값 매각에 방조한 고급 경제관료들과 헐값 매입을 위한 치밀한 작전계획을 세워 시장질서를 반칙한 론스타측의 주범들에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은 청구요건의 불비로 그 영장청구를 기각하는 法(법)과 檢(검)의 갈등관계를 국민이 예리한 눈초리로 보고 있는 것은, 이 두 시장경제 원칙이 한국 경제발전의 초석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유한우 계명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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