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문경의 사업가들은 "고향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다."며 긴 한숨을 내쉰다. 살을 맞대고 사는 지역사회가 좁은 탓에 잦은 구설수에 시달리는데다 전·현직 시장의 갈등으로 극심한 편가르기가 이뤄지면서 곧잘 도마 위에 오르기 때문이다.
문경에서 건설자재업을 하는 대표적인 사업가 A씨. 그는 지난 수 년 간 결식아동 급식 지원과 장학사업, 불우이웃돕기 등에 연간 2억 원가량을 기부하고 있으나 수 년 전 투서로 인한 세무조사와 지난해 수사기관 조사로 '그로기' 상태다.
시내버스 사업을 하는 B씨와 건설업자 C씨도 마찬가지다. 알게 모르게 연간 5천만∼1억 원씩을 기부했으나 '전직 시장과의 깊은 친분설', '출마설' 등에 휩싸이면서 고통을 겪고 있다.
수 년 전 성공한 P약국이 투서로 인해 세무조사를 받자 장학기금 4억 원을 기탁한 후 서울로 이사 간 사례도 있었다.
한 사업가는 "업무 특성상 현직 시장과 친할 수밖에 없는데도 시장이 바뀌면 표적이 된다. 이같은 사회 분위기 때문에 과거 성공한 사람 대부분이 문경을 떠났다."고 한탄했다.
반면 문경 출신으로 서울에서 성공한 인사들은 고향에서 상당한 대우와 함께 실속을 챙기고 있다.
서울 모 건설업체 부회장 P씨. 그는 수 년 간 문경골프장과 하수종말처리장 등 1천600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해 갔다. 재경향우회 간부로 건설업자인 L씨는 수 년 전부터 150억 원이 넘는 문경골프장 토목공사 등의 이권을 따냈다.
하지만 고향을 위한 이들의 봉사는 거의 없다. 문경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인사들도 지역에 대한 노력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지역에서 헌신하는 인사들은 '배척'하고 외지에 사는 인사들은 '배려'한다면 그 지역은 발전할 수 없다. 누가 '문경의 귀인'인지 정확히 가려야만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문경·박진홍기자 pj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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