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작전실패와 투지 상실로 몰락한 한국야구

한국 야구대표팀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 일본에 연패하며 졸전 끝에 동메달로 6일(한국시간) 대회를 마쳤다.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김재박 LG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힌 한국은 1998년 방콕 대회 이후 3회 연속 우승의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지만 11월30일 해외파가 총동원된 대만에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2-4로 패한 뒤 12월2일 사회인 야구 선수가 주축인 일본에 7-10으로 역전패하며 한없이 추락했다.

한국 야구사에 '도하 참변'으로 기록될 이번 대회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프로야구에서 11년간 '작전 야구'로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해 온 김재박 감독의 야구가 국제 대회에서는 통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2004 아테네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던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처음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대만, 일본에 연패하며 결국 티켓을 따내는 데 실패, 야구 인생의 최대 오점을 남겼다.

그러나 3년 만에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한 이번 대회에서도 당시와 똑같은 결과로 야구팬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김과 동시에 김 감독 자신도 더 이상 신뢰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작전'을 외쳤으나 찬스마다 번트 실패로 공격의 맥이 끊기면서 대표팀은 완패를 자초했다. 김 감독의 작전 야구는 11년간 선수단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알았던 현대에서나 가능한 일로 폄훼됐다.

결국 김 감독의 '이기는 야구'는 선수와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과정에서 이심전심으로 자연스럽게 이뤄졌지만 1승에 피마르는 단기전에서는 통용되기 힘든 것으로 판명났다.

이번 대회에 나선 대표선수들의 태도도 부적절했다.

집중력 부족과 투지 상실이 한국 야구를 아시아 변방으로 추락시킨 결정적인 요인이다.

대만과 1차전에서 패한 뒤 완전히 의지를 상실한 대표팀은 일본전에서 17점을 주고 받는 공방전 끝에 끝내기 홈런 한 방에 무릎을 꿇었다.

대만에 지기는 했으나 일본이 대만을 이겨준다는 가정하에 세 팀이 동률이 됐을 경우 최소실점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는 점을 인식했다면 일본전에서 점수를 최대한 뽑고 실점은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4-0으로 앞서다 4-5로 역전 당하고 4-7까지 끌려가는 등 한국 프로야구 선수라는 체면은 일본 사회인 야구 앞에서 경기 중 이미 바닥에 떨어졌다.

이기더라도 창피한 승리였고 최소실점 원칙에도 크게 빗나간 게임이었다.

결국 일본에 역전패하면서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무수한 공격 찬스에서 집중력 부족으로 번트 한 번 제대로 대지 못했고 투수들은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실투를 거듭했다.

급기야 9회말 수비 실책에 이은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는 등 선수단의 정신력 헤이는 최악의 수모를 자초했다.

대만과 일본에 대한 전력 분석이 고작 A4 용지 3장에 불과했다는 점도 돌이켜 볼 대목이다.

상대에 대한 치밀한 전력 분석이 승리로 직결되는 현대 야구에서 A4 용지 3장속에 과연 얼마나 알찬 내용이 있었을 지는 의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총장은 대만과 일본에 잇따라 진 뒤 '전면적인 개혁'을 선언했다. 국내 야구의 근간을 완전히 뜯어 고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구조적인 개혁보다 더욱 절실한 것은 태극마크를 탄 국가대표로서, 최고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스타로서 팬들에 대한 최소한의 의무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수들의 마음가짐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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