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65) 씨는 뇌경색 후유증으로 신체 오른쪽 부분에 마비가 생긴데다 발음에 문제가 생겨 영남대병원 재활치료과 언어치료실을 찾았다. 언어치료사는 발음과 이해력을 검사하기 위해 "이, 애, 우, 오, 아."를 듣고 따라하도록 했다. 비교적 잘 발음했다. 그리고 혀 운동 능력을 살폈다. 혀를 아래위로 올려보고, 좌우로도 움직여보도록 했다. 위로 올리는 게 조금 힘들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검사가 이어졌다. 언어치료사는 여러 검사 결과를 종합한 뒤 "뇌신경이 손상돼 단어를 발음할 때 혀와 입술이 척척 맞지 않는다."며 "1주일에 2번 정도 치료를 받고, 호흡연습을 열심히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언어치료가 국내에 들어온 지 20년 안팎. 하지만 아직도 이런 치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이 또래보다 말이 늦되면, 크면 저절로 괜찮아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언어장애는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언어 재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며 효과도 떨어진다.
◆치료가 필요한 증상
실어증, 언어발달 장애 및 언어발달 지체, 말장애, 말더듬과 말빠름 같은 유창성 장애 등이 있을 경우 언어치료가 필요하다.
▷실어증=뇌 손상으로 인해 언어 체계를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손실되거나 떨어지는 장애이다.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어휘가 한정돼 있고, 문장 수준의 말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문장을 만드는 능력이 떨어져 말하기, 문장을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이다.
▷언어발달장애=언어발달 수준이 또래 아이들보다 2년 이상 늦어지고 언어 이해와 표현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방치하면 이런 증상이 영구히 지속될 수 있다.
▷말장애=선천적이거나 말초 신경 또는 중추 신경계의 손상 같은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말소리를 만드는 조음기관(입술, 혀, 연구개 근육 등)의 기능이 떨어져 상대방이 잘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발음이 정확하지 않는 증상이다.
▷유창성 장애=말의 반복과 연장, 그리고 막힘이 대표적인 특징이다. 주로 2~5세 사이에 많이 발생하며 치료 없이 회복되는 경우(연구에 따라 23~80%)가 있지만 정도와 빈도가 심해져 심각한 수준의 장애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말더듬은 같은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하거나, 말의 소리를 길게 끌거나, 자주 고쳐 말하거나, 말을 하다가 갑자기 멈춰 다음 말을 잇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말빠름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말도 많이 하며, 대부분 일관성 없는 단어나 문구를 혼란스럽게 조합해 상대가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증상이다.
◆치료는 이렇게
언어나 말장애가 의심되면 재활의학과, 정신과, 신경과, 이비인후과 등에서 진단을 받는 것이 우선이다. 신경 손상, 정신지체, 조음기관의 문제, 환경적 요인 등 원인부터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에 따라 언어재활치료를 받는다. 언어치료사는 환자의 말과 언어자료를 수집한 뒤 분석해 미리 만든 검사 도구를 사용해 치료프로그램을 만든다. 치료프로그램은 환자의 주요 증상과 심한 정도, 나이, 생활양식, 환자에게 적합한 의사소통 방법의 특성, 가족 및 대화 상대와 의사소통 수준 등의 요소들을 고려해 짜여진다.
언어치료는 언어치료실에만 이뤄지는 것으론 부족하다. 가정에서의 훈련이 중요하다. 특히 언어나 말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있는 부모는 값비싼 유아용 교육 자료나, 학원 학습에 현혹되기 쉽다. 이런 것들보다는 놀이와 일상생활 속에서 부모가 아이의 수준에 맞는 언어자극과 관심, 스스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아이들의 말이 서툴더라도 끝까지 잘 들어주고 답해주는 인내와 노력이 중요하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도움말·유희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언어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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