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보다 두 배나 많았고 응원의 함성은 두 배 이상이었다. 6일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북한과 일본의 남자 축구 경기. 북한 노동자 500여명이 몰려와 북한 선수들을 응원했다.
전반전이 끝나자 북한 응원단은 경기장 주위에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꺼내 물었다. 이들에게 접근한 일본 여기자 한명이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한 관중에게 묻는다. "이길 것 같으세요?" 여성의 미소에 약하기는 북한 남자도 매한가지인 듯. 웃으며 대답해줬다. "당연히 우리가 이길 겁네다. 축구는 우리에게 자존심과 같은 거이니까."
후반전 북한의 결승골이 터지자 관중석은 감격에 겨워 야단법석. 경기가 끝난 뒤 북한 선수들이 관중석 앞으로 다가와 인사를 하자 관중들 100여명이 갑자기 펜스를 넘어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마치 금메달을 딴 듯 선수들에게 몰려들어 목마 태우고 행가래를 쳤다. 당황한 경기장 안내요원들이 몰려들어 말려서야 자축연은 끝났다.
차례로 경기장을 빠져나가던 북한 관중들. 함께 나가던 기자에게 한 관중이 불쑥 말을 건넸다. 아무리 말을 붙여도 대답 없던 이들이 일본전 승리에 신이나 경계심이 풀어진 모양. "기럼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되는 겁네까?" 오히려 당황한 기자가 말을 더듬게 됐다. "그러니까…. 남측과 8강전에서 만날 겁니다."
경기장 주위에는 북한 선수단 관계자들이 모여 축구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한 임원이 흘리고 간 마지막 말이 계속 귓가에 남았다. "그나저나 남조선과 결승에서 붙게 됐으면 좋을 거인디. 아쉽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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