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이 멈추지 않는 땅, 이라크에서 온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감격의 승리를 거뒀다. 6일 '알 아라비 축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축구 F조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말레이시아를 4대0으로 일축, 8강에 진출했기 때문. 경기 후 이라크 선수들의 눈가는 촉촉히 젖었다.
이라크 선수단의 이번 출전은 사실상 무리였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이라크가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 빠지면서 무차별 납치·살해 사건이 끊이지 않아서다. 훈련을 하면서도 이들은 늘 신변 위협에 시달렸다. 경기를 마친 뒤 공격수 유네스 칼리프가 "언제 괴한이 축구장에 나타나 납치극을 저지를지 몰라 하루 1시간 이상 연습하기 무서웠다."고 했을 정도.
실제 1일 정체모를 괴한들에게 후다이에 마홀 이라크축구협회 회장이 납치돼 4일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올 정도로 치안이 불안하다. 올해 초에도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올림픽위원회 사무실에 괴한들이 들이닥쳐 직원 30명을 납치해간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석방된 10명 외에 나머지는 아직 행방불명 상태.
이번 대회 최연소 출전자인 수영 선수 알리 아메르(10)의 사연도 안타깝다. 걸핏하면 바그다드 시내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게엄령이 내려진 상태라 연습을 하러 수영장에 가기 어려웠단다. "수영장까지 가서도 전기가 부족해 수영장에 불을 못 켜는 바람에 연습을 제대로 못했어요." 강가가 그의 주된 연습장이었다.
복싱대표팀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쿠웨이트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기 때문. 많은 선수들이 목숨에 위협을 느끼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이들이 힘겨운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축구 선수 알리 레헤마의 말처럼 조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 "어렵게 버텨나가는 가족과 국민들에게 승전보를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용기와 활약상은 훗날 역사에 생생히 남아 있을 겁니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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