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일(35) 감독이 연출한 퀴어 멜로 '후회하지 않아'(제작 청년필름)는 한국 독립영화 최고 흥행작이다.
지난달 16일 개봉돼 현재도 전국 7개 극장에서 상영 중으로, 지난 5일 관객 3만6천 명을 넘어 4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전 기록인 '사이에서'의 2만3천 명을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됐다.
영화는 사회적 신분 차이가 큰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 그러나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 등의 남성 동성애 작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들 작품이 동성애를 에둘러 표현했다면 '후회하지 않아'는 정공법을 택했다. 섹스 장면과 대사 등의 표현 수위가 높다. 사랑이란 감정을 축으로 전개되는 정통 멜로다.
국내에서 제작된 정통 동성애 영화로는 '로드무비' '내일로 흐르는 강'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 등이 있다. 이 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후회하지 않아'가 유일하다. 그래서 '후회하지 않아'의 흥행 성공은 영화계에서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을 만났다. 그는 '커밍아웃'을 한 게이 감독이다.
그는 흥행 성적에 대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최근 '후회하지 않아'가 신작 상업영화에 밀려 장기 상영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촬영하면서 영화가 흥행이 될 거라고 예측했나.
▲농담반 진담반으로 프로듀서와 예상 관객 수를 예측해 본 적은 있다. 프로듀서는 5만 명이라고 했고 나는 3만 명이 들 거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1만 명만 들어도 의미 있는 기록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현재의 기록은 실감이 나질 않는다.
--흥행에 성공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부산영화제 시사회 때 반응이 뜨거웠다. 이후 자생적으로 팬카페와 '후아폐인'이라고 불리는 열혈 팬이 생겨났다. 흥행에는 '야오이 문화(일본에서 남성 동성애물을 즐겨보는 여성들의 문화를 일컫는 말)'를 즐기는 20대 여성과 게이·레즈비언들의 지지가 크다. 게이인 중년 팬은 영화표 100장을 구입해 손님들에게 나눠 준다는 얘기도 들었다.
--동성애 문화에 대해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는 생각은 안 드나.
▲남성 관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첫 예매 때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84대 16이었다. 개인적으로 놀랐다. 성(性)을 바라보는 문화가 다양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남자친구를 데려와서 보는 경우도 많다.
--감독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영화를 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나.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동성애를 다룬 한국 영화에서도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증)적인 부분이 있다. 이성애자 감독이 만든 동성애 영화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가 동성애자의 현실을 잘 담아야지 작정하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이성애자 감독이 이성애자의 현실을 잘 담아야지 작정하고 영화를 만들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힘들었던 점은.
▲두 가지를 들고 싶다. 첫 장편영화라 내 스스로 자유롭게 찍지 못했다. 또한 돈 문제 때문에 찍고 싶었던 장면을 많이 포기했다. 전기를 공급해 주는 발전차 등도 돈 때문에 많이 부르지 못했다. 촬영하면서 비주얼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차기작은.
▲현재 준비 중이다. 신파 액션물이라고만 밝히겠다.
--'후회하지 않아'도 신파 멜로라고 했는데 신파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신파에는 눈물로 인한 카타르시스가 있다. 나는 이를 '인공의 눈물'이라고 부른다. 이는 한국의 한(恨)의 정서와도 맞는다.
--'후회하지 않아'를 보고 우는 관객도 있나.
▲여성 관객은 많이 운다. 남성들은 감정이입이 안돼 "이게 뭐냐"하는 반응이 대부분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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