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환율 '끝없는 추락'…지역 기업들 대처법은?

원·달러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이미 920원대가 붕괴, 9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900원 대 붕괴도 초읽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출기업들은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환변동 보험 가입 등 단기적인 위험을 회피할 대책을 기업들이 강구하면서도, 생산성 개선 등 기업의 근본적 체질을 바꿔줘야 '원화 초강세 시대'를 헤쳐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어디까지 떨어지나?

원·달러 환율은 7일까지 무려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년2개월만에 최저수준인 913.80원까지 떨어졌다. 8일엔 외환시장 개장 초기 다소 상승했으나 다시 반등을 시도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외환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국수출보험공사에 따르면 외국 일부투자기관들은 내년도 환율이 890원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BNP는 올해 4분기 환율이 910원대로 떨어진 뒤 내년도 1분기엔 905원, 2분기 900원, 3분기에는 890원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CITI 역시 내년 3분기까지 환율이 지속적으로 하락, 900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고, 모건 스탠리는 내년 3분기까지 환율이 910원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치를 냈다.

7일 100여 명이 넘는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부 회의실에서 열린 '환율 설명회'에서 외환 컨설팅 전문업체인 메버릭코리아 김중근 대표는 "'혹시나 환율이 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충고했다. 글로벌 경제 상황 아래에서 우리 정부의 개입 등으로 환율이 다시 오를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 "죽겠다"

면직물 전문 생산업체인 서도산업. 매출의 7% 가량은 이익으로 돌아왔으나, 요즘은 이익률이 고작 2, 3%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환율 탓이다.

한해 400만 달러 가량의 섬유제품을 수출하는 이 업체는 환율이 910원 대까지 추락하면서, 수출을 해도 갈수록 남는 것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 회사 여동구 총무이사는 "내년에 엔화가 강세를 보일 거라는 전망이 있어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지만 최근 환율 급락은 '너무하다'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 해 매출의 90%인 450억 원 가량을 수출하는 디지털TV 생산업체인 디보스. 이 곳 역시 환율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곳 이재문 기획관리팀 팀장은 "올해 환율을 960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며 "수출 감소가 걱정된다"고 했다.

◆어떻게 대처하나?

메버릭코리아 김 대표는 우선 선물환 거래나 환변동 보험 가입을 통해 위험을 줄여야한다고 했다. 특히 최근에는 옵션 상품도 눈여겨봐야한다고 했다.

옵션은 선물 거래를 통해 환차익이 생기면 돌려받고, 환차손이 생기면 거래를 취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

대구경북지역 경우, 지난달말 현재 환변동보험 가입액이 2억 달러에 이를만큼 환율 하락 시대를 맞아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기업들이 폭증하고 있다. 최근엔 원·달러 뿐만 아니라 원·엔화 환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기업들도 급증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수출중소기업에 대해 연간 400만 원까지 환변동 보험료를 지원한다. 연간 수출실적이 2천만 달러가 안되는 기업이 대상이며 내년엔 환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옴에 따라 내년엔 지원금을 연간 500만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환위험 회피를 위한 예금·대출 상품 가입도 크게 늘고 있다. 하나은행의 환위험 회피형 대출상품인 '프리커런시론' 잔액은 4월말 3천500억 원이었다가 지난달말에는 1조300억 원을 넘었다. 이 상품은 환율변동 예측에 따라 유리한 통화를 개별 혹은 복수로 대출받고 도중에 외화와 원화대출간 전환도 자유로운 상품. 외화대출을 받은 뒤 원화로 갚을 수 있는 옵션이 부여돼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말 10만 달러를 대출받은 기업 경우, 당시엔 1억12만 원을 갚아야했지만 현재는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9천160만 원만 상환하면 된다. 상환통화가 원화라서 원화 강세가 심화하면 상환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다.

신한은행의 외화체인지업 예금도 잔고가 지난해말 1천971억4천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9월 현재 2천842억8천만 원으로 급증했다.

한국무역협회 김춘식 대구경북지부장은 "결제통화를 강세가 예상되는 통화로 전환하는 등 이제 중소 수출업체들도 환율 예측과 관리에 신경을 써야하고, 이런 능력도 길러야한다."며 "아울러 기업 체질 개선 등을 통해 기업 경쟁력 향상을 이뤄내야만이 '원화 초강세 시대'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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