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베트남의 APEC정상회의장으로 떠나는 아시아나항공 대통령 전용기. 이 비행기에는 구미에서 출발한 '특별한 물건'이 실렸다. 구미에서 온 휴대전화? TV?
아니었다. 특별한 물건은 바로 '떡'.
옛날이라면 '임금님 밥상'에 오를 떡이다. 대통령의 기내식용으로 경북 구미의 한양식품이 납품한 것이었다.
"APEC정상회의 이후 맛이 너무 좋다며 아시아나항공에서 기내식으로 저희 회사의 떡을 써보겠다고 제안, 현재 협상이 진행중입니다. 얼마전엔 미국 LA에 첫 해외지사도 내 떡의 '세계식품화'를 이뤄냈습니다."
한양식품(구미 봉곡동) 김인식(40·사진) 대표. 그는 올해 떡에 관한 한 세계 최고가 됐다고 자부한다.
올해 그는 '굳지 않는 떡'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떡은 이내 굳어버려 두고두고 먹을 방법이 없었는데, 자신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40여 가지 떡을 모두 굳지 않는 떡으로 만들어냈다. APEC정상회의 기내식으로 들어간 것도 특허기술을 획득한 '굳지 않는 떡' 덕분이었다.
"냉장고에서 언제든지 꺼내, 똑같은 맛으로 먹게 하고 싶었습니다. 6년동안 굳지 않는 떡 개발을 위해 여태 번 돈의 전부라 할 수 있는 10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습니다."
고추장을 담글때 물하고 반죽을 하면 한달내 굳어버리지만, 물엿을 섞으면 굳지 않는다는데서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찹살떡에 물엿을 넣고 만들어봤더니 3일 이상 굳지 않았다. 일단 성공이었다.
매일 밤 영업을 마치고, 혼자 '이 실험, 저 실험'을 한 끝에 올리고당 등 천연재료를 잘 이용하면 굳지 않는다는 '비법'을 얻었다. '비법'이 들어간 그의 떡은 6개월동안 냉장보관해도 굳지 않는다.
'굳지 않는 떡'은 그에게 '국내 유일'이라는 수식어를 선물했다. 떡 공장으로서는 국내에서 단 하나뿐인 특허기업인 것은 물론, 떡 공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중소기업청으로부터 '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떡 공장으로서는 유일하게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국책 전략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쌀소비가 안돼 농민들이 시름을 겪죠. 저희 회사는 올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1만1천가마의 쌀을 계약재배해 소비하고 있습니다. 농민 23가구가 이 법인에 참여하니, 우리 농민들도 '떡의 산업화'를 통해 큰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은 30억 원. 지난해(20억 원)보다 50%나 폭증했다. 굳지 않는 떡이라는 장점에다 '홍국떡' '녹차떡' '상황떡' '석류떡' '흑미떡' 등 이른바 '보양떡'을 잇따라 출시하니, 그의 떡은 오래 보관해놓을 틈도 없이 곧장 팔려나간다.
"일본은 자신의 전통음식을 세계로 가져갔습니다. 이제 우리 떡도 세계를 향한 국제선 비행기를 타야합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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