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화와 타협 정치 못 이뤄 미안하다"고

호주를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역량이 부족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뤄내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다"며 "국민들한테 대단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모처럼 웬일인가 싶었다. 이어 "저부터 옛날 군사독재하고 싸우던 때의 기억이 남아서 나쁜 사람 좋은 사람을 갈라놓기도 한다"고도 했다. 언뜻 들으면 자신이 저지른 獨善(독선)과 分裂(분열)의 정치로 나라가 혼란스럽고 국민이 지쳐있는 현실을 인정한다는 얘기 같았다. 이제부터는 대화와 타협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심경 변화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대통령은 이내 "앞으로 정치의 영역에서 더 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해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 告白(고백)을 바탕으로 남은 임기를 그리하겠다는 다짐이 아니고 뒤로 가서는 남 얘기하듯 넘어갔다. 진정한 반성도 아니며, 어제까지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고 강변하는 사고방식 그대로이다. 결국 인기가 땅바닥에 추락하고 여당까지 등을 돌리는 窮地(궁지)에서 괜히 해본 소리처럼 들리게 만든 것이다.

사실 대통령의 진심은 일반 국민은 알아채기 어렵다. 이말 저말하고 앞뒤를 뒤집는 말투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다 만다 하는 말바꾸기는 신물이 날 정도고, 북한 핵실험 대응에서도 말이 왔다갔다해 헷갈리게 했다. 어제 호주에서도 "북한은 한국과 전쟁을 붙어서 이길 수 없다. 설사 핵무기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기지는 못한다"고 했다. 핵무기 한방이면 '상황 끝'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常識(상식)이다. 해외 교민을 안심시키려는 발언 수준에도 턱이 없다.

대통령의 진정 어린 자기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는 것은 잠꼬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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