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어르신들을 위한 복지시설인 대구시 수성구 화성전문요양원.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아주머니가 팥 시루떡 4상자를 맡기고 자취를 감췄다. 기탁 대장에 기록하기 위해 신분을 알려줄 수 없느냐는 직원의 얘기에 아주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어르신들이 맛있게 떡을 드시면 된다."고만 답했다. 이 복지시설에는 이처럼 과일이나 떡 등 먹을 거리를 정기적으로 보내오는 숨은 천사들이 몇 명 있다.
화성전문요양원 이병규 국장은 "얼마전에는 신분을 알리지 않은채 절편 두 상자와 과일을 맡기고 간 분도 있었다."며 "얼굴없는 천사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보고 세상은 각박하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온정은 계속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얘기했다.
모두가 살기 힘든 세상인데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얼굴없는 천사들'. 세상을 향한 그들의 온정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겨주고, 우리 사회에 나눔과 베품의 참뜻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
복지시설, 무료급식소나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을 위해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채 생활필수품이나 후원금을 전달하는 익명의 기탁자들이 세상을 훈훈하게 덥히고 있다.
전석복지재단 경우 매월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금으로 보내오는 한 중년 남성은 재단이 감사패를 주려해도 한사코 사양하고 있다. 15년 이상 후원을 해온 한 남성은 몇달전 '자발적'으로 후원금을 두 배로 늘리기도 했다. 재단 한 관계자는 "익명으로 후원금을 보내오는 분들이 꾸준하게 느는 추세"라며 "차가운 얼음장 밑으로도 물이 흐르는 것처럼 각박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어려운 이들을 도우려는 온정은 살아 숨쉬고 있다."고 밝혔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마음으로 온정을 전하는 숨은 천사들 덕분에 구세군 자선냄비도 해마다 이웃사랑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매년 12월 자선냄비를 통해 모금을 하는 구세군 대구·경북 지방본영에 따르면 2000년 9천958만2천530원인 모금액이 지난 해엔 1억2천997만4천840원으로 늘어났다. 길거리 모금인 자선냄비에는 10원부터 10만 원 수표까지, 어린이들로부터 어르신들까지 수만 명에 이르는 얼굴없는 천사들의 온정이 모여들고 있다.
2004년에는 동아백화점 앞에서 100만 원짜리 자기앞 수표 2장, 대구백화점 앞에서 100만 원 자기앞 수표 한 장이 각각 자선냄비에 담겨 화제를 모았다. 구세군 대구·경북 지방본영 추승찬 지방관 참령은 "동아백화점 자선냄비에 200만 원을 내신 분은 40대 여성인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며 "금액의 많고 적음에는 상관없이 성금을 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8일부터 24일까지 모금을 하는 올해엔 1억4천만 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대구 11곳, 경북 17곳에서 자선냄비를 통해 모금할 계획입니다.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성금을 전달하는 이름없는 천사들의 따뜻함으로 세상의 찬기운을 녹였으면 합니다."
매주 '이웃사랑'을 통해 어려운 이들을 돕는 매일신문을 통해서도 얼굴없는 천사들의 온정이 줄기차게 답지하고 있다. 최근엔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수술 예치금으로 2천만 원을 보내오는 등 매주 무기명으로 성금을 보내오는 분들이 많다. 선행을 실천하는 이들의 정성이 있기에 이웃사랑은 매주 '작은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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