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잉꼬부부'

'比翼連理(비익연리)'라는 말이 있다. 백거이도 '장한가'에서 현종과 양귀비의 비련을 '하늘에선 비익의 새가 되고 땅에선 연리의 가지 되리라'고 노래했다. '비익'은 암수가 눈과 날개 하나씩만 있어 짝지어야만 날 수 있는 중국 전설의 새다. '연리'는 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 가지와 잇닿아 결까지 서로 통하게 되는 걸 일컫는다. 옛 사람들은 이같이 夫婦(부부)는 살아가면서 점차 한 몸이 돼간다고 했다.

○…그러나 부부가 한 몸이 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름'으로 만나 '같음'으로 살아야 하는 게 부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어 '부부는 3주 서로 연구하고, 3개월 사랑하며, 3년 싸우고, 30년 참고 견딘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프랑스의 극작가 아르망 사라클도 '사람은 판단력이 모자라 結婚(결혼)하고, 인내력 결여로 離婚(이혼)하며, 기억력이 없어 재혼한다'고 했던가.

○…'잉꼬부부는 목소리도 닮는다'는 俗說(속설)이 과학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사실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팀은 '목소리 친화도 감별기'를 통해 부부들의 목소리를 분석해보니 동거기간이 길고 금실이 좋은 부부일수록 목소리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남성과 여성은 같은 문장을 읽어도 성대의 떨림이 다르지만, 음성 스펙트럼을 비교해 알아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은 부부 350쌍에게 같은 문장을 읽게 해 음성 스펙트럼을 이 시스템으로 비교해 다양한 목소리 親和度(친화도)를 얻은 뒤 93.5%인 부부 목소리를 들려주니 대학생 100명 중 90명이 '아주 유사하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화도가 75.2%인 남녀 음성은 학생 30명만 '유사하다'고 응답했고, 52명은 '서로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부부는 가까우면서도 멀고 각자이면서 하나인 사이라 할까. 지지고 볶아도 함께 살아야 힘나게 되는 것도 부부다. 오래 살면 목소리까지 닮는 부부 사이엔 의식적으로 서로 닮으려고 노력하는 게 상호 最上(최상)의 배려요 이해일는지 모른다. '오십 년이 넘도록 하루같이 함께/ 붙어 다니느라 비록 때 묻고 이 빠졌을망정/ 늘 함께 있어야만 제격인/ 사발과 대접'이라고 노래한 김종길의 시 '부부'가 문득 떠오른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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